남도여행 VI - 죽녹원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고 했지... 바람은 지나가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고 했지...

 

죽녹원 대나무 숲에 바람이 부네

나도 한낱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한 그루지 지나가는 바람...

바람에도 길이 있다고 했어

바람은 지나가도 결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고 했지

내 지나온 길...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에게도 길이 있었지

그 지나온 길에 나는 어떤 흔적을 남겼던가?

그 흔적... 남기지말고 그냥 지나올 것을.

- Photo :: Chris Yoon / Andy Lim

- Copy :: 윤필립 (尹馝粒)

 

 

 

 

 

 

굽힐 줄 몰랐던 것은 아니다

부러지면 부러졌지 굽힐 줄 모른다고 말하지만, 생각의 끝에서는 무수히 휘어지고 흔들리고 있었다

살면 살수록 잃어버리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었다

흔들리고 휘어질 때마다 생긴 응어리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마디져 끊어진 시간은차라리 잃어버리는 것이 좋았다

살아보니 때로는 휘어져야 부러지지 않더라

꽃에 목숨을 걸지 마라

삶을 푸르게 했던 것은 꽃이 아니라 응어리질 때마다 피어난 이파리더라


- Photo :: Chris Yoon / Andy Lim

- Copy :: Poem / 이형산의 '대나무' 全文

죽녹원을 걷다보면 여러갈래의 길이 대숲사이에 나있다.

그 중에서도 나는 '철학자의 길'을 걷기를 좋아한다.

대숲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그 바람에 대나무잎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를 듣기 좋아한다.

그 길에 책 한 권을 옆에 끼고 서있는 철학자의 동상이 있다

왠지 초췌해 보이고 책을 많이 읽느라 지친듯한 몰골이다

나는 그 옆에서서 잠시 말벗이 되었다.

 

 

 

 

 

 

 

저렇게 무리 속에서도 홀연히 설 수 있는 것은

외로움 속에 침묵하는시간이 있기 때문이리라

저렇게 맑은 소리 내는 것도

제 안을 가득 채우지 않고

자꾸자꾸 비워 내기 때문이리라

 

- Photo :: Chris Yoon / Andy Lim

- Copy :: 윤필립 (尹馝粒)

 

 

 

 

우리 함께 하늘을 보자

그리고 어둠내린 방처럼 보이는 대숲에 서서

손바닥만한 하늘로 향해 비둘기처럼 날아보자

어짜피 타고난 팔자가 이 길, 뿐이라면

네가 보는 눈과 내가 보는 눈이 서로 다르듯

서로의 감성을 달리 표현하자

그렇다고 서로 다른 길일랑 걷지를 말고

끝없이 이어지는 철길처럼

우리, 끝없는 평행선을 함께 걸어보자

 

죽녹원의 여러갈래 길을 걷다보면 갈림길마다 대나무로 만든 반의자겸 침대를 볼 수 있다.

그곳에 누우면 대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

빼꼼히 유리창을 열고 보듯이 조금 열려있는 하늘,

그리고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피로를 풀 수 있다.

그곳에 반사유리로 만든 조형물이 있다
Andy와 나는 그 숱한 여행을 다니며 함께 찍은 사진이 없다

서로의 취향이 다른 사진을 바삐 카메라에 담다보면

트라이포드를 받쳐놓고 함께 기념촬영을 할만한 시간도 없다.

물론 핑계겠지... 그러나 트라이포드에 자동셧터를 걸어놓고 둘이 포즈를 취하는 어색함만은 피하고싶다

그러나 오늘은 반사경을 통해 마음껏 찍어보았다.

서로 얼굴을 가려서 였을까?

 

- Photo :: Chris Yoon

- Copy :: 윤필립 (尹馝粒)

 

 
죽녹원은 자생하고 있는 대나무숲을 이용해 담양군에서 약 16만㎡의 울창한 대숲의 성인산 일대를 조성하여

2003년 5월 개원한 竹林이다.
빽빽히 들어서 있는 대나무 숲길을 걷노라면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과 댓잎의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푸른 댓잎을 통과해 쏟아지는 햇살의 기운을 온 몸으로 받아내는 기분이 신선하다.

죽녹원에는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총 2.2km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일상에 지쳐있는 심신에 청량감을 불어 넣어준다. 힐링이 따로 없다.

 

 

 

 

Paul Cardall 음악 연속듣기

1. Nostalgia
2. Without You
3. Released
4. Dream
5. Through Her Eyes
6. Unseen World
7. Time
8. Faithful
9. The Memory Lives on
10. More Holiness Give Me
11. Life And Death
12. Gone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