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국내여행

남도여행 IV - Sodium pension

Chris Yoon 2021. 10. 26. 05:03

 

나, 언젠가 이곳에 흘러들어 숨막힐듯 숨을 멈추고 방으로 흘러 들어오는 담양호를 내려다 본 적이 있다.

3년전 그날, 어둠이 깃드는 저녁무렵이었다.

유리문을 열고 발코니로 나가 어둠속에서 흘러오는 깊고 넓은 물줄기를 보았다.

밤을 꼬박 뜬 눈으로 새우고 아침을 맞았어도 강은 내가 누운 침대위로, 비누칠을 하는 샤워실로, 여행가방을 싸는 탁자위까지 흘러 들어와 고즈넉히 모든걸 적셔주고 있었다.

Sodium 204호실, 문을열고 들어섰다.

변한건 아무것도 없다.

콘크리트색 벽, 주방에 놓인 커피포트, 와인잔 두 개,...

문을 열고 발코니로 나가자 소나무 숲 사이를 뚫고 내게 와 닿는 저 크고 넓은 담양호를 닮은 바람-

- 안녕. 나는 江에게 인사했다.

- 안녕. 江도 내게 인사했다.


 

아직도 남은 소나무 숲을 지나는 바람소리...

 

나는 가만가만 철계단을 소리없이 올라가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전화를 열어 누군가에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고 전화기속엔 나의 소리만 공허하게 들려왔다.

나는 누구에게 전화를 했을까?

내 귓전엔 소나무 숲을 지나는 바람소리만 가득했다

그리고 ...저 담양호의 물 냄새가 코끝을 간질기고 있었다.

 

- Photo :: Chris Yoon (소듐펜션 발코니에서 촬영)

 

 

 

담양호의 넓고 깊은 물줄기가 욕조까지 따라들어왔

 

욕실로 들어가 가만히 더운 물을 틀었다

담양호의 물줄기가 흐르는 소리...

그랬다.... 담양호의 넓고 깊은 물줄기가 욕조까지 따라 온듯했다.

나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여행자의 피로를 풀었다.

나는 욕조에 누워 비에 젖는 담양호를 내어다 보았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비는 서울에서부터 따라 왔고 강을... 소나무 숲을... 발코니 위를... 내 온 몸과 머리를 적시고 있다.

나는 더운 물속에서 몸을 뒤채며 작은 신음소리를 냈다

- Photo :: Chris Yoon (소듐펜션 욕실에서 촬영)

 

 

                 - 황룡강 물줄기가 담양호에 고였다가 내 품으로 파고든다

방은 따뜻하다. 나는 옷을 벗은체 문을 열고 발코니로 나가 보았다

빗속에 섞인 바람이 시원하다. 헝겁의자에 몸을 뉘고 담양호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난 3년전의 그날처럼 Franco Simone의 Fiume Grande (큰 강)을 들었다.

밤에도 큰 강은 흐른다. 황룡강 물줄기가 흘러 흘러 담양호에 고였다가 내 품으로 파고든다.

소리도 없이 파고드는 큰 강 강은 여자다.

나는 강과 교합을 한다. 쾌락의 극치... 나는 이윽고 절정에 도달한다.

 

- Photo :: Chris Yoon / Andy Lim (소듐펜션 204호실에서 촬영)

 

 

 

3년후가 될지... 10년이 될지... 나는 이곳을 또 다시 찾을것이다

 

날이 개었다. 나는 옷을 주워입고 또 다시 길 떠날 차비를 하며 가방을 챙겼다.

배가 고프다. 철계단을 내려와 식당으로 갔다.

- 아침 좀 주세요. 나는 나즉하게 말하고 담양호가 바라보이는 창가로 갔다

샌드위치 한 쪽과 바나나 반개, 그리고 향이 좋은 커피 한 잔이 왔다.

커피를 들고온 주인이 내게 명함을 건넨다. 아!... 진효재...!

 

 

그랬다. 3년전 이곳을 왔을때 나는 그녀를 찾으려고 지나가는 여성들만 만나면 물어 보았었다.

'혹시 진효재님 아니세요?' 펜션 구석구석을 정성스레 가꾼 이곳의 안주인을 만나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그녀는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오늘은 내앞에 있다.

- 커피 더 드시겠어요?

- 네. 나는 두 잔의 커피를 마시며 그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 또 다시 3년후가 될지... 아니면 10년이 걸릴지... 저는 이곳을 또 다시 찾을것입니다.

그리고 가방을 차에 싣고 그곳을 떠나왔다

차를 타고나오며 바라보니 발코니 창가에 있던 데이지꽃같은 그녀가 서있다

 



- Photo :: Andy Lim / Chris Yoon (소듐펜션에서 촬영)

- Copy :: 윤필립 (尹馝粒)



소듐펜션(Sodium pension) : 전라남도 담양군 용면 추월산로 900-7
www.sodium-p.co.kr 010-4662.4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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