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 하고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 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번 깨진 항 아리가 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 나태주>
한 해가 또 저물어가고 있다
한 해동안 항암치료를 받고나니 거식증으로 통먹지를 않다보니 온 몸이 비쩍 말랐다
흡사 내가 봐도 유태인수용소에 걸려있는 포로들의 사진들처럼 시선을 돌리고싶다.
아내가 지어다준 밥맛 돗구는 약을 매일 정성들여 먹으니 조금은 증상이 호전되어 뭔가 눈앞에서 어른거렸다가 먹으려고 앞에 대하면 언제 내가 그랬냐는듯 입맛은 천리밖으로 달아난다.
그래도 생각나는 식품을 몇개 골라서 주문을 했다.
크리스마스 케익, 팥 빵, 호두과자, 마카롱, 쿠키..
사실 아내는 케익이나 빵, 쿠키 종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내는 돌아오기전, 문자로 물어본다. '뭐 드시고 싶은거 없어요? 사 갈게요.'
그리고 생선초밥, 노르웨이산 고등어, 일본우동 등 내가 입맛을 돌이킬만한 것들을 사온다.
아내는 나에게 지극정성이다.
내가 암으로 병원에 입원했을때부터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울면서 매달렸다.
발병을 하고 3년이내에 죽는다는 혈액암...
나는 검사를 하면서 골수검사를 두번이나 받고 장장 6차에 걸친 긴 항암치료를 받아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로 인해 병원은 봉쇄되고 아내를 만나려면 나는 병동에 있다가 아내의 전화를 받고 로비로 잠시 내려와 만나고 다시 병동으로 올라가야했다.
입원실로 올라 가면서 뒤돌아보면 아내는 한참을 서서 내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있었다.
나는 병실로 돌아와서 엉엉울었다.
아내도 울면서 돌아갔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아내와 결혼을 하고 40년을 함께 살았다. 그러니까 올해가 40주년 기념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외롭게 성탄을 보내고 있다.
요즘엔 걸핏하면 울음이 터져나온다. 이젠 참지도않고 울음이 터지면 그냥 운다.
그렇다. 지나간 날들은 망실(忘失])되고 사랑한 증거도 남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나?
자폐증에 빠져 있는 겨울풍경 속으로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리면 시간이 깊어진다
인생은 겨울 밤 얼음 밑으로 소리죽여 흐르는 강물이다.
-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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