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길 작은 웅덩이마다 살얼음이 끼어 있고
숲은 멀리 있다.
농장 집 개들이 인기척에 놀라 사납게 짖어댄다.
개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저 늑대의 종족들을 가둔 어리석음이 죄악이다
빠르고 민첩한 것들이 사라진 숲,
잔광(殘光)을 받으며 드러나는 가난한 살림,
이끼들이 고사한 나무 등걸 위에 들러붙어 있다.
나는 좀 더 걸어 숲속으로 들어간다.
물가에 집을 꾸리고 살던 시절은
이미 옛날이다.
감찰나무 아래에선 상심들이 바스락댄다.
숲속에서 위층 집 사람을 생각한다.
오후 네 시마다 피리를 부는 사람,
음들의 혼돈 속에서 바른 음을 찾아 세우는
그는 서른 몇 해 전에 내가 알던 사람,
그를 만난 것도 이미 옛날이다.
누군가 천지간의 빛들을 거둬 갈 무렵
내 그림자와 함께 나무들의 그림자들이 길어진다.
지나치게 굳센 것은 부러진다.
나는 좀 더 약해져야겠다.
겨울의 빛 - 장석주
크리스마스가 지나가고 있다
이렇게 고즈넉하고 외로운 크리스마스를 보내다니...
아내와 하루종일 함께 앉아 둘이서 말없이 하루를 보냈다.
지난 해, 2021년 크리스마스부터 우리는 생애 최악의 해를 보냈다.
전신경쇄 '아밀로이드종'을 동반한 '다발성 골수종'이라는 혈액암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았다.
일찌기 이런 병이 있다는것도 몰랐고 처음 들어보는 병명이었다.
내가 이런 무시무시한 병에 걸리다니...
내가 암에 걸리다니...
아니,... 길어야 3개월밖에 더 못산다는 '다발성 골수종'이라니...
현실로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나 어쩌랴... 분명 이건 꿈이아닌 현실이고 내가 대처해야할 일인것을.
나는 정신을 차리고 처음 나의 병을 진단해준 송헌호교수의 도움을 받아 모든 검사를 마치고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1년, Christmas가 다시 돌아왔다
올해도 그야말로 Blue Christmas였다.
그러나 아내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설레이는 일인가!
내년에는 분명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성탄의 밤을 보낼 것이다.
생각해보면 올해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혼자라도 작은 크리스마스트리 하나 만들어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붉은빛의 포도주나, 투명한 잔에 빨간 홍차 한 잔 마시며 하루종일 음악을 들었다.
Josh Groban의 Noel 도 좋고, 수사들이 부르는 그레고리안 찬트(Gregorian chant)도 좋았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뒤적이며 지인들이 보내준 Christmas Card를 찾아 각자 읽었다.
2022년 성탄의 밤이 깊어간다.
언젠가 우리는 이야기를 할것이다.
" 그 해, Christmas는 참으로 쓸쓸하고 우울했었지..."
"Merry Christmas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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