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Life story

노인들의 삶에 나는 통곡한다.

Chris Yoon 2022. 12. 6. 17:40

밤새 불면에 시달리다가 7시에 눈을 뜬다.

8:00부터 9:00까지 병원으로 가서 공복 채혈검사에 X-Lay 촬영이 있는 날.

그리고 한 시간여 검사결과를 기다렸다가 검사가 나오면 송헌호교수의 진료를 하고 와야한다.

또 내일은 비뇨의학과 양재열교수와 8:30부터 9:00까지 진료가 있는 날이다.

 

아침부터 머리가 무겁고 정신이 흐트러지면서 삶의 의욕이 없다.

7시50분 아내와 집을나와 차를 운전하여 강동성심병원으로 향한다.

나는 나대로의 머리가 복잡하고 아내는 아내대로 생각에 잠겨있다.

아내역시 친구의 암진단으로 슬픔에 잠겨있다.

아내에게는 결혼전부터 함께 어울려다니던 친구들이 4명이 있다.

그 친구중 한명이 제주에 있는 친구로 암진단을 받고 치료를 했으나 시기를 놓쳐 온몸에 전이가 되어 집에서 죽음만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나역시 마찬가지다.

제주에 있는 장영준이다.

간암이 번져 간의 3분의 2를 떼어내고 다행히도 전이는 되지않아 방사선치료후 제주로 다시 내려갔으나 전화를 해도 정신이 없어 다시 하자고하고 깜빡깜빡하며 벌써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듯한 친구이다.

 

나는 아내에게 이야기했다.

-당신네들, 그리고 나. 젊은시절부터 만나 서로 어울려다니며 살았는데 누군가 세상을 먼저 떠난다는것은 견딜 수없이 슬픈일이야. 그리고 울음이 복받치며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나왔다.

끝내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어 병원에 도착하도록 그냥 울면서 갔다. 아내도 옆에서 계속 울었다.

 

젊은 시절엔 순수하고 정말 좋았었다.

내가 결혼을 하고 제주로 신혼여행을 갔을때도 동해바다에서 촬영을 하던 영준이 클라이언트를 구워삶아 제주로 가서 먼저 호텔예약까지해놓고 공항으로 나와서 나를 환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용두암에서 헤어진후 호텔 벨이 울려 나가보니 찹쌀떡을 한 상자 사서 들여밀며 싱긋웃고 돌아서서 가던 그.

그 친구가 이젠 노인이 되어 정신을 잃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나도 그렇다. 내가 언제 이렇게 노인이 되었던가?

누구, 누구랄것도 없이 모두 노인이 되어 암과 싸우며 하루하루를 견디고있다.

그런 것들이 한번에 터지며 울음으로 자꾸 새어 나온다.

밤에도 혼자서 슬프게 울다가 잠이든다.

 

병원 검사를 모두 끝내고 진료를 한다

- 헤모글로빈은 많이 생성되었으마 백혈구가 많습니다.

백혈구가 많다는건 몸에 염증이 있다는겁니다.

내분비내과의 도움을 받아 약을 바꾸고 다시 채혈검사를 하겠습니다.

 

하루가 빠르게 급변하는 우리 노인들의 삶에 나는 당황하며 통곡하고있다.

 

 

2022.12.06.

 

 

날이 밝으려면 아직 멀었다. 겨울의 햇살은  늦게야 벗어지고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은 아내가 종합진료가 있고 나 또한 비뇨의학과 양대열 교수와 그동안 '72시간 배뇨양상 기능검사 기록지'를 가지고 진료를 하는 날이다.

아내도, 나도, 어느새 병원을 드나들며 병원신세를 지어야만 살아가는 나이가 됐을까?

일어나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음악'Hymn'을 듣는다.

- 이 세상의 모든 새롭게 나이들어가는 노인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십시요.

그들이 아프지말고 노인의 길로 접어들며 아무일없이 그들의 인생이 그들이 걸어온 젊은날에서 그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주십시요.

그들은 아직 아무 준비도 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아직 젊은줄 알고있습니다.

자신들의 삶이 아직 길게 남아있는줄로만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떨어진 청청하늘의 날벼락을 현실로 받아드리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겐 젊은날을 마감하려는 아름다운 추억과 지금까지 일한 보상으로 인생의 아름다움을 좀 더 느껴야합니다

그들에게 힘과, 용기와, 아직 꺼지지않은 젊은날의 불씨와, 못다한 에너지를 주십시요.

나의 기도는 어두운 밤하늘로 퍼져나갔다.

아내여, 그만 일어나라.

오늘도 우리에겐 할일이 많다.

오늘은 울지말아야한다.

 

 

2022.12.07.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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