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사람들

병원 문턱에서의 생각

Chris Yoon 2022. 9. 19. 19:21

많으면 많은, 아직 적으면 적은 세월을 살아온 나로서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었고 그들과 한때 인연을 맺었다가 인연이 다하여 헤어졌다.

어딘가에 아직 살아있어서 찾으려들면 찾을 수도 있는 사람, 그러나 인연이 다했다생각되고 다시 만나고 싶지않은 사람, 다시 보고 싶어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서 만날 수 없는 사람...

그렇다. 이미 이 세상사람이 아니고 만날 수 없는 사람은 더 보고싶고 그립다.

그러나 누구나 한번 그렇게 떠나고나면 돌아올 수 없다.

나도 지난해에 세상을 떠날뻔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퉁퉁부어오른 몸으로 병원을 다니며 자칫 시간을 더 지체했으면 그대로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1년간의 병원생활. 병원을 드나들며 시간이 날때마다 병원 창밖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는 자신이 이 세상에 남아있을 날이 얼마 남지않았을때 더 절박하게 뭔가를 생각한다.

그러나 그 생각들은 그저 더 절박하게 떠오를뿐 자신을 더 초조하고 안타깝게 만든다

그리고 나름대로 글을 쓰고 다듬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글도 쓰지 글을 써보지않았던 사람들은 글로 남기는 자체를 꿈도 꾸지 못한다.

 

Paris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아티스트 생활을 하는 정택영이라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

그가 아팠었나보다. 말도없이..

그가 보낸 글을 보며 너무 일치되는 생각이 많아서 올린다.

 

- 정택영의 '바다'

병든다는 것은 소망하지 않았던 악성칼라가 손에 묻은 것과 별로 다른것이 아니다.

평생을 그림을 그린 그는 病과 손에 묻은 물감을 동일하게 아무것도 아닌듯 취급했다.

 

그 누구도 자신이 정상이고 건강하다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몸에 이상이 있고 좋지않은 환부가 있어도 스스로 모르고 태연하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들 모습이다.

병 든 자와 병 들지 않은 자의 차이는 티끌만큼 작다.

60조 개나 되는 우리 몸의 세포가 매일 죽고 매일 밸런스를 맞추어 다시 태어나는데 이때 죽고 다시 태어난 세포의 균형이 깨졌을때 암세포가 생성이 된다.

암이 몸에 생기는 과정은 너무 쉽고 단순한 일이다. 결국 세포분열과 균형이 깨졌을 때 우리 몸에 스스로 지니고 있던 암세포가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60조개나 되는 자신의 몸 세포가 어떻게 작동하고 균형을 맞춰가는지는 그 누구도 모를 뿐더러 정상이라고 장담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병원 문턱에 들어선 자와 병원 문밖을 활보하는 자 사이에 아픈 사람과 병든 사람의 구분이 시작된다.

병원 문턱을 들어서면 일단, 병자의 신분이 되어 복잡하고 지루한 검사를 시작으로 끊임없이 꽂아대는 링거주사바늘과 심리적 불안과 공포, 지쳐가는 몸을 가눌 수 없는 무기력 상태에 놓이면서 서서이 병자로서의 깊이는 더해간다.

 

모든 생명체, 모든 사람은 살기 위한 투쟁을 지속한다.

살기 위한 투쟁이 종식되는 순간 병으로 부터의 패잔병으로 전락하게 되고 고독하고 차가운 병상에 홀로 누워야한다.

 

모든 것은 자기 관리에서 생명의 투쟁이 승리를 거둘 수 있다.

가정관리나 재정관리, 자녀관리, 재산관리 등 재물에 대한 관리도 주요하다. 그러나 소유에 대한 문제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자신의 건강관리가 소홀하고 마치 남의 일처럼 치부하다 보면 소유했던 모든 자산이 산산이 흩어져 분해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이 이미 자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과 자산, 자기 몸뚱아리, 가족과 친지, 친구들, 이 모두가 단 하나도 자신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들이며, 일이 터지고 야기되면 자기 혼자 결자해지 되어 일의 해결에 개입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평소에 우리는 고독해지는 법에 잘 익숙하고 연마를 해야만 고난스러운 일에 봉착했을 때 주변이 모두 떠나고 덩그머니 홀로 남게 되었을때, 그 당혹감과 불안감으로 부터 자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이자 숙명이기 때문이다.

 

몸이 아프다는 것은 두 자기에 의해 일어난다

자신 스스로 만들어낸 세포 불균형으로부터 이든가, 아니면 외부의 비정상적 팩터가 자신의 몸안으로 침투한 경우이다.

 

병든다는 것은 소망하지 않았던 악성칼라가 손에 묻은 거에 다름 아니다.

 

모든 분들의 건강을 축복하며 기원해 드립니다

 

 

2022년 9월 17일 토요일. 병상을 박차고 일어나서

정택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