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국내여행

화개삼거리... before & after

Chris Yoon 2021. 12. 1. 03:46

 

before

봄날이 지나가면서 살기가 헛헛하다고 했더니 날보고 여행을 떠나란다

군산으로 가서 이성당에 들러 단팥빵을 사먹고 고우당 다다미방에서 1박을 한 후,

채석강으로 가서 맘껏 소리를 내지르고 곰소 젓갈 시장에 들러

젓갈처럼 잘 삭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란다

그리고 영광으로 가서 굴비정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하동포구로 떠나란다

하동포구 벚꽃길을 따라가다 화개장터에 이르면 짐을 풀란다

그렇다. 내 일찌기 마흔살적에

풀어도 풀어도 명주실타래처럼 한없던

내 팔자가 야속하여 김동리선생의 '역마(驛馬)' 한 권을 옆구리에 끼고 이곳을 찾아와

옥화네 주막부터 찾아 들어가 금방 걸른 막걸리 한 사발과 두룹을 초고추장에 찍어먹고

쌍계사에서 내려오는 저녁 종소리를 들으며 미친듯이 누군가를 그리워 했던곳.

끝내 주막에서 잠을 못자고 벚꽃 십리길을 내달려 쌍계사로 올라가 주지스님을 뵙고

이튿날 눈을 뜨자마자 칠불(七佛)암까지 기어 올라갔던 곳이 아니던가

이왕 온 김에 구례까지 들어가 장터에서 국밥 한 그릇 사먹고

감태김까지 사서 돌아오란다

 

 

after

품고 온 책을 낯선 곳, 낯선 주막에서 풀었다

삭정이를 태워 군불을 지펴주는 주막집 객주방에서

매캐한 연기를 맡으며 눈물을 찔금대며 읽었다

 

내 이곳을 찿아온건

화개장터의 옥화네 주막에서 쌍계사의 저녁 종소리를 듣고

그길 따라 벚꽃 십리길을 올라가리라 찾아왔다

 

낯선 섬진강 뚝을 천천히 걸었다

울울한 대나무들 설피설피

落花하는 벚꽃 또한 가슴 저몄다

 

저녁 여섯시 쯤이었나

애절하게 저녁 산골짜기 따라 종소리 울려 내려왔다

벚꽃나무 십리길 냇물따라 내려왔다

한숨소리같은 저녁 종소리

 

저녁 예불종 치는 쌍계사의 젊은 스님 누구인가

驛馬살을 풀게하려 올려보낸 주막집 아들이 아직 있을까

종소리 한자락씩 스밀 때마다

주막집 주모의 한숨소리 짙어진다

 

 

尹馝粒

 

 

 

조선시대부터 지리산 화개천이 섬진강으로 흘러드는 지점인 화개삼거리는 영호남의 접경에 위치하여 남해안의 수산물과 소금, 비옥한 호남평야의 곡물, 지리산쪽의 산채와 목기류들의 집산지로써, 하동포구의 발달된 수로를 통해 전국으로 유통되어 조선 중엽부터 해방전까지 번성기를 맞아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시장이었다.

 

그 후, 일제강점기를 지나 광복 후에도 매달 오일장이 유지되다가 6・25전쟁 후 지리산 일대 빨치산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쇠락했다.

내가 화개장터 삼거리를 알게된 것은 일찌기 1960년대 김동리의 단편소설 '역마(驛馬)'를 읽고나서였다.

문학가 김동리씨가 쓴 '역마(驛馬)'의 배경지인 화개장터 삼거리는 예전에는 보따리를 짊어지고 떠다니는 장사치들이 장날을 따라 장터를 옮겨다니느라 들끓었고 장꾼들을 상대로 국밥과 술을파는 주막이 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통과 유통구조의 발달로 쇠퇴하며 화개장터의 옛날 모습은 자취를 감추었고

전통적인 5일장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장날 풍경도 최근에는 상시시장이 개장되어 특별히 5일장이 따로 서지는 않는다.

나는 가끔씩 지리산을 넘어 섬진강을 따라 화개삼거리로 여행을 다녔었다.

1980년대만해도 화개삼거리는 조용한 시골풍경을 간직한 한산한 동네였다.

하동에서 오는 길과 구례에서 오는 길이 쌍계사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정취가 깃든 장터삼거리였다.

더구나 쌍계사에서 내려오는 시오리길은 냇물을 따라 벚꽃이 줄지어서서 벚꽃이 피는 계절에는 실로 아름다웠다.

그러면서 화개삼거리는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고 화개장터를 찾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전통적인 모습으로 복원하기 위해 부지 2,540 여평에 사업비 16억원을 들여 재래식 장옥과 녹차전문상가 등 편의시설을 조성하여 2001년 4월 5일, 제 9회 화개장터 벚꽃축제 개막과 함께 개장을 하여 상설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봄이되면 화개삼거리는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고 쌍계사로 가는 시오리 벚꽃길은 대만원 주차장을 방불케한다.

이런 유서깊은 장소가 그대로 변하지않고 있었다면 문인이나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좋았을까!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문의 및 안내

화개장터 (화개면사무소) 055-880-6051

관광안내소 055-883-5722

주소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쌍계로 15

이용시간09:00 ~ 18:00

휴일연중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