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국내여행

휴휴암(休休庵)에서 마음을 닦다

Chris Yoon 2021. 12. 1. 01:46

휴휴암(休休庵)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모든분들께 합장을 드리며...

南 無 觀 世 音 菩 薩.

 

바닷가 옆 절집에

먼 산사에서 온 듯한 풍경 하나 매달려 있다

처마 아래 고적하게 길을 놓은 풍경

밀물과 썰물이 들고날 때

소리 내어 울거나 멈추기를 반복한다

 

 

 

 

휴휴암(休休庵)에서 마음을 닦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기준을 정하고

세상 모든 것들을 자기 기준에 따라 값을 매기고 갈라 놓는다.

이것이 번뇌의 원인이 된다.

우리는 평생을 그 번뇌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이를 벗어나면 그것을 해탈이라고 한다.

그 해탈하는 진리가 보리(菩提)이다.

보리는 참다운 세계.

그럼 참다운 세계와 번뇌의 세계가 따로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을것이다.

분별심과 탐진리가 번뇌를 만드는 것일게다

 

 

윤필립

 

 

 

 

 

탱탱한 종소리 따라나가던

여린 종소리 되돌아와

종 아래 항아리로 들어간다

저 옅은 고임이 있어

다음날 종소리 눈뜨리라

종 밑에 묻힌 저 독이 더 큰 종

종소리 그래서 그윽할 터

 

그림자 길어져 지구 너머로 떨어지다가

일순 어둠이 된다

초승달 아래 나혼자 남아

내 안을 들여다보는데

마음 밖으로 나간 마음들

돌아오지 않는다

내 안의 또다른 나였던 마음들

아침은 멀리 있고

나는 내가 그립다

 

- 이문재의 마음의 오지

 

 

 

 

어린시절 命이 짧다하여

어느 스님의 아래로 입적하여 그의 아들이 되었던 적이 있다

그때 범종치는 법을 익혔다

범종을 칠때는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어야 한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

그렇게 천천이 숫자를 세고 기다리면서 열까지 세고나면

끝없이 울릴것같이 긴 여운(餘韻)을 남기던 범종의 소리도 소멸된다

그러면 뒤로 물렀다가 다시 울린다.

그렇게 새벽에 스물여덟번, 저녁에는 서른여섯번을 울려야 한다

오랜만에 잡아보는 종대, 그러나 치지는 못했다.

그저 마음속으로만 울렸을 뿐.

 

 

休休庵...

미워하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 시기와 질투, 증오와 갈등까지

팔만사천의 번뇌를 모두 내려놓고 쉬고 또 쉬어 가라는 곳.

그래서 나도 모든 번뇌와 망상 다 내려놓고 쉬어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