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풍경 1899, 휴버트 보스, 캔버스에 유채, 31x 69cm
역사 속 그림의 풍경화를 보면 그속으로 빠져들며
그시절 내가 실제 살았을지 모를, 꿈을 꾸고만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데쟈뷰에 젖어들곤 한다.
저 멀리 산 밑, 희미하게 보이는 경복궁 근정전.
그곳 경복궁으로부터 광화문, 정동에 이르는 길이 한 눈에 그려져있다.
하얀 도포를 입은 사람들이 시간 너머에서 자유로이 움직이고 있다.
처마를 마주대고, 물결치듯 너울거리는 기와들을 본다.
근대화의 삶의 터전이자 중심이었을 그 거리에 현대의 빼곡한 빌딩도시가 오버랩된다.
시대는 빠르게 흘렀지만가만히 찾아보면 아직 그 시대의 향기와 정서들이 곳곳에 남아있는 곳들이 있다.
그곳을 걷거나, 잠시 멈춰 서있거나, 바람속에 섞여오는 그때의 소리를 들을 때면 어느새 그림에서 보았던 그 시절의 일들이, 내가 살던 곳이, 그때 만났던 사람들이현실속에 문득 다가오기도 한다.
인터넷 속에서 우연히 흑백사진 한 장을 발견하고 나는 사진속의 그가 나의 과거속의 인물이라고 착각했다
숭례문(남대문)위로 전차선이 보이고 주변에 빈 구루마를 끄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리고 오바를 입은 멋을 낸 아주머니도 지나가고 교복차림의 여학생도 보인다
저 시절, 서울역앞에는 구루마 혹은 지개꾼들이 많았었다
염춘교를 중심으로 돈을 벌기위해 서성대던 사람들.
학생들은 코트(외투)는 아예 얻어입을 생각도 못했고 홑교복만 입고서도 추운 서울거리를 활보하며 다녔었다
미루어 생각컨데 1960년대 정도 되지않았을까?...
저 사진속의 고등학생은 지금 어떻게 변해있을까?
그후,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났고 숭례문이 화재를 당했다
깡그리 다 타오르고 현판만 남았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그자리에 숭례문을 복원시켰다
저 하얀 돌들이 섞인 성벽을 보라
그 역사의 현장, 숭례문을 나는 찾아갔다
마치 일본 관광객처럼 쌕을 메고 조용필이 일본어로 부른 seoul,seoul 을 이어폰으로 들으며
그리고 일본 관광객틈에 끼어 손에든 음료수 캔을 마시며 숭례문을 바라 보았다
아, 역사는 변한다
그러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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