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국내여행

가을, 강화를 읽다 - 보문사 (普門寺) II

Chris Yoon 2021. 11. 8. 01:46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말고
잠시라도 같이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해 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 원망 말고
애처롭기만 한 사랑도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기뻐할 줄 알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할 것입니다.

- 강화 보문사의 石碑文에서 -

 

 

 

635년(선덕여왕 4) 4월, 삼산면에 살던 한 어부가 바다 속에 그물을 던졌더니 인형 비슷한 돌덩이 22개가 함께 올라왔다. 실망한 어부는 돌덩이들을 즉시 바다로 던져 버리고 다시 그물을 쳤지만 역시 건져 올린 것은 돌덩이였으므로 다시 바다에 던졌다.

그날 밤, 어부의 꿈에 한 노승이 나타나서 귀중한 것을 바다에 두 번씩이나 던졌다고 책망하면서, 내일 다시 돌덩이를 건지거든 명산에 잘 봉안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다음날 22개의 돌덩이를 건져 올린 어부는 노승이 일러준 대로 낙가산으로 이들을 옮겼는데, 현재의 석굴 부근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돌이 무거워져서 더 이상은 나아갈 수 없었으므로 “바로 이곳이 영장(靈場)이구나.” 하고는 굴 안에 단(壇)을 모아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그 뒤 신라시대의 역사는 자세히 전하지 않으나, 고려 초기에 금강산 보덕굴(普德窟)에서 관음진신(觀音眞身)을 친견한 회정(懷正)이 이곳에 와서 불상을 살펴보니, 가운데 좌상은 석가모니불, 좌보처는 미륵보살, 우보처는 제화갈라보살이었고, 나머지는 18나한상과 송자관음이었다. 회정은 이 22존 중 삼존불과 18나한은 굴 속에 모시고 송자관음은 따로 관음전을 지어서 봉안한 다음 이 절을 낙가산 보문사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절의 역사는 사찰의 격에 비하여 자세히 전하지 않으며, 조선시대 후기부터의 역사만이 전해지고 있다. 1812년(순조 12)에는 이 절의 승려들이 홍봉장(洪鳳章)의 도움을 받아 중건하였고, 1867년(고종 4)에는 경산(京山)이 석굴 안에 처마를 이어 나한전을 건조하였으며, 1893년(고종 30)에는 명성왕후의 전교로 요사와 객실을 중건하였다.

1911년 일제가 30본·말사를 제정하면서 전등사 말사가 되었다. 1918년에 대원(大圓)이 관음전을 중수하였고, 1932년에는 주지 배선주(裵善周)가 객실 7칸을 새로 지었으며, 1935년에는 나한전을 중창하였다. 그 뒤 관음전을 중건하고 대범종을 조성하였으며, 1976년 범종각과 요사를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episode

 

코로나 발진을 염려하여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헉헉대며 제일 강도가 높은 마스크를 두 장이나 쓰고 보문사에 올랐다.

속으로 '내가 왜 이럴까?.. , 내가 왜 이렇게 헉헉대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었다.

비로서 알았다. 그 밀집도가 강한 고강도 마스크를 두장이나 쓰고 경사길을 올랐으니...

그때 젊은 두 사람이 다가오며 ytn News라며 내게 마이크를 대주며 질문을 한다.

(여성은 리포터, 또 한 명 남성은 카메라.)

- 강화에서 제일 유명한 음식이 뭐죠?

나는 마스크를 쓴체, 그러나 헉헉거리며 분명하게 마이크에 응했다.

- 강화에는 밴댕이라는 어류가 유명한데 그 놈이 속이 없답니다. 그래서 사람도 속이 좁은 사람을 '밴댕이 속알딱지'같다고 하지요.

 

나는 늦가을을 보내며 강화를 읽으려 보문사로 왔다.

강화의 보문사는 뭐니뭐니해도 앞이 툭 트인 서해바다에 노을이 질때가 가장 아름답고

경내에 서있는 은행나무와 서해바다를 뒤로한 노송 숲이 절경이다.

제 멋대로 자라질않고 어린시절부터 솎아주고, 쳐주며 엄격히 나무를 기른 흔적이 엿보인다.

그 기품이 사람도 어린시절부터 호된 교육을 받고자란 명문가의 자식은 곧고 옳바르듯 나무도 마찬가지다.

시간을 내어 은행잎이 다 지기전에 한번쯤 다녀오길 권한다.

 

- Photo / Copy :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