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잘 들고 바람 지나다니는 길의 장항아리들,
지난해 가을부터 스님들이 메주쑤고,
이른 봄날 천일염풀어 항아리에 붓고 메주넣어
여름내 뚜껑열고 햇빛과 바람 집어넣으며 담은 사찰 장맛은 어떨까?
스님, 제게도 장맛 한번 보시(布施) 하시죠.
전등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며 강화도에서 제일 큰 절이라한다.
그런데도 장독대는 그리 크지가 않다.
수행하시는 스님이 몇 분이나 계신지, 탬플스테이를하는 수행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는 모르나
생각했던 만큼 장독의 규모나 항아리의 숫자가 많지를 않아 내심 놀랐다.
그것도 나의 과욕된 상상이었는지...?
그런데...
장독대 앞 오솔길을 걸어 돌층계를 밟고 축대 아래로 내려오다 또 한번 놀랐다.
장독대 아래가 해우소 [解憂所]라니...?
해우소(解憂所)란 바로 '근심을 푸는 곳'이란 뜻으로 쓰이는 절의 뒷간, 곧 화장실이 아니던가?
그 화장실 바로 위가 사철 절의 음식을 만들며 맛을 내는 장항아리들이 자리를 잡고있는 장독대라니...
너무 아이러니해서 한참을 서서 생각에 잠겨보았다.
우리 겨레는 화장실, 곧 뒷간을 단순히 버리는 곳이 아니라 자원순환의 개념으로 바라보았었다.
이동범 씨의 《자연을 꿈꾸는 뒷간》을 읽으면 뒷간은 '음식→똥→거름→음식'이라는 전통적인 자연순환 방식을 일구는
중요한 자리라고 읽은적이 있다.
'할!'
모든걸 예사로 보고 지나가지 못하고 괜한 마음 쓰는것에 대한 꾸짖음 들린다.
* 할(喝) / 꾸짖다의 뜻
속음은 '갈'이다. 佛家에서는 '할'이라 발음한다.
선종에서 진리를 문답할 때에 쓰는 독특한 수단이다.
큰 소리로「엑 !」하고 꾸짖는 형세를 보이는 것이니, 선종에서 선문답때 많이 쓴다.
전등사(傳燈寺)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자 강화에서 제일 큰 절로 산과 함께 어우러져 계절마다 색다른 느낌을 주는데,
특히 늦가을의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단풍을 둘러보며 가볍게 산책하기에 좋다.
지하에 현대식으로 지은 법당 무설전과 서운갤러리가 있으며, 갤러리에서는 불교미술전이 상시 운영되고 있다.
최근 한국 유니크베뉴 및 웰니스 관광지로도 선정되어 주목 받고 있어 가을을 느끼며 둘러보기에 좋다.
Photo / Copy : Chris Yoon
'- 그의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강화를 읽다 - 보문사 (普門寺) II (0) | 2021.11.08 |
---|---|
가을, 강화를 읽다 - 보문사 (普門寺) I (0) | 2021.11.08 |
가을, 강화를 읽다 - 전등사 II (0) | 2021.11.08 |
가을, 강화를 읽다 - 전등사 I (0) | 2021.11.08 |
연천 '호로고루 성지' V (0) | 2021.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