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돌아 가야겠다.
해가 지기전에, 연천벌에 해가 떨어지기전에.
저 해바라기 꽃잎들이 바람에 지기전에.
어찌 호로고루 성지(城地)의 恨을 내가 모두 담아갈 수야 있겠나
좀 더 어둠이 밀려오기 전에
황혼의 임진강이 검은 강으로 흐르기 전에.
나는 이틀에 걸쳐 연천 호로고루 성지를 다녀왔다.
몇 천평의 해바라기 밭이 펼쳐진 사진을 찍으면서 고구려의 역사 뒤안길로 걸어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어찌 내가 알겠는가. 그 역사속에 숨겨진 恨의 세월을.
미흡하나마 이틀간의 여정을 끝마친다.
- Photo / Copy : Chris Yoon
연천 호로고루(漣川 瓠盧古壘)
군사분계선에서 꽤 가까운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 임진강변에는 전망 좋은 성터 하나가 남아 있다.
고구려시대 군사 시설인 호로고루성(사적 제 467호)이다.
지형이 호로(호리병박)를 닮아서, 또는 고을을 뜻하는 홀(호로)과 성을 의미하는 구루가 더해져 호로고루라는 지명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 28m 현무암 절벽 위 평지에 세모꼴로 조성된 돈대의 높은 언덕에 오르면, 음전하게 흐르는 임진강물과 풋풋한 초가을 농촌 들녘 등이 정겹게 눈에 들어온다.
몇 장의 사진으로 이곳의 아름다움을 소개한다.
호로고루城 과 그 앞에 펼쳐진 해바라기밭
임진강가에 세워진 솟대 (죽은 나무에 새를 만들어 앉혀놓아 황혼무렵에 보면 실루엣이 아름답다)
호로고루 이 절벽에 성을 쌓고
천리 강물 내려다보면
네가 보일까
나라 잃은 설움 안고
황포 배들이 머문 포구
당에서 말갈에서
기병들이 몰려오는데
깃발을 올리고 북을 치며
네가 들을까
머물 곳 없는 슬프미 현무암을 쌓고
스스로 문을 닫으니
백만 대군이 와도 열 수 없으니
임진강이 마르고
좌상바위가 평지가 된다해도
내마음은 무너지지 않으니
그대여 어서 돌아와
회군의 나팔을 불어주게
호로고루 호로고루
연천벌을 지나서 고구려까지
푸른 바람이 부는구나
시인 전윤호의 <봄날의 서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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