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malaya 29

새(鳥)에 관한 esprit IX - 이끼낀 고향에 돌아오다

새(鳥)에 관한 esprit 새, 이끼낀 고향에 돌아오다 퇴원, 근 한 달 반이라는 지루한 병원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허리를 펴고 누우니 아무것도 변한게 없는데새의 깃털처럼 가벼워진게 나혼자 변한듯 합니다. 그동안 힘내어 다시 일어서라고 격려와 사랑으로 이끌어주셨던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그대, 아직 절실한 기억이고싶어서...' 아직 이 세상에서의 사명을 다 하지 않았다는 책임감으로 죽는날까지 Creater로서의 열정을 다하여 살겠습니다. Chris 곧게 자란 미루나무 아니더라도 씀바귀나 쑥부쟁이들, 바람과 눈맞추며 하늘하늘 놀아날 적에 한번 생각해봐. 부풀어오른 대지의 끝을 제 손톱 휘어지도록 버티고 있을 뿌리들, 그 주춤거리는 마찰계수나 절망에 관한 不朽의 공식 같은 거. 아버지, 이..

- Himalaya 2021.10.31

새(鳥)에 관한 esprit VIII - 간절기

새(鳥)에 관한 esprit 불길한 음악이 스며든 문장에서 비가 흘러내린다 느린 리듬을 물고 철새들이 저녁을 이탈한다 빗속에서 겨울이 쓸쓸한 등을 보인다 등이란 온갖 진실의 피난처다 저렇듯 멀어져가는 등은 슬픈 제목이 달린 풍경이다 새의 이름을 하나씩 발음할 때마다 허공이 생겨나고 자란다 낯설지 않은 문장인데 나조차 나를 읽을 수 없다 몸속으로 구름이 스며든다 간절기에 내리는 비는 내 몸이 잃어버린 문장이 흘리는 눈물이다 수평선을 너무 오래 읽어서일까 구름이 저녁을 끌고 오는 날이면 눈동자에서 바다냄새가 난다 안녕을 전할 수 있는 이별이란 얼마나 다행인가 어떤 언어는 이 계절 밖에서는 잘 읽혀지지 않는다 - 정용화의 새, 이끼낀 고향에 돌아오다 퇴원, 근 한 달 반이라는 지루한 병원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

- Himalaya 2021.10.31

새(鳥)에 관한 esprit VII - 감정의 쓸모

새(鳥)에 관한 esprit 조금만 천천히 늙어가자 하였잖아요 그러기 위해 발걸음도 늦추자 하였어요 허나 모든 것은 뜻대로 되질 않아 등뼈에도 흰 꽃을 피워야 하고 지고 마는 그 흰 꽃을 지켜 보아야 하는 무렵도 와요 다음번엔 태어나도 먼지를 좀 덜 일으키자 해요 모든 것을 넓히지 못한다 하더라도 말 이에요 한번 스친 손끝 당신은 가지를 입에 물고 나는 새 햇빛의 경계를 허물더라도 나는 제자리에서만 당신 위를 가로질러 날아가는 하나의 무의미예요 나는 새를 보며 놓치지 않으려 몸 달아하고 새가 어디 까지 가는지 그토록 마음이 쓰여요 새는 며칠째 무의미 를 가로질러 도착한 곳에 가지를 날라놓고 가지는 보란 듯 쌓여 무의미의 마을을 이루어요 내 바깥의 주인이 돼버린 당신이 다음 생에도 다시 새[鳥]로 태어난다..

- Himalaya 2021.10.31

새(鳥)에 관한 esprit VI - 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언제

새(鳥)에 관한 esprit 며칠째 새가 와서 한참을 울다 간다 허구한 날 새들이 우는 소리가 아니다 해가 저물고 있어서도 아니다 한참을 아프게 쏟아놓고 가는 울음 멎게 술 한 잔 부어줄걸 그랬나, 발이 젖어 오래도 멀리도 날지 못하는 새야 지난날 지껄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술을 담근다 두 달 세 달 앞으로 앞으로만 밀며 살자고 어둔 밤 병 하나 말갛게 씻는다 잘난 열매들을 담고 나를 가득 부어, 허름한 탁자 닦고 함께 마실 사람과 풍경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저 가득 차 무거워진 달月을 두어 곱 지나 붉게 붉게 생을 물들일 사람 새야 새야 얼른 와서 이 몸과 저 몸이 섞이며 몸을 마려워하는 병 속의 형편을 좀 들여다보아라 한 사내 생각이 났지요. 저만치 와 우는 새를 바라보는 사내. 그 울음의 단음계를 며..

- Himalaya 2021.10.31

새(鳥)에 관한 esprit V - 다시 새[鳥]로 태어난다는 언질

새(鳥)에 관한 esprit 십일월의 가을비가 쉬어가는 듯 잠시 목을 축이고 늦은 새벽 정형외과 632호 병실 창가 커튼 사이로 기웃거리며 엷은 아침햇살이 한 가닥 길게 내려앉는다 어제 떠난 두 사람 주인 보낸 침대 위엔 아픔의 상처들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빈자리만 지키고 있다 나는 언제쯤 퇴원할까 마음만은 가볍지가 않다 만나야 할 사람 설렘 반 기다림 반 그리움이 넘칠 때 병실 출입문이 살짝 열리더니 가을 낙엽 위에 이슬 구르는 작은 목소리 혈압시간이에요 백의천사 환한 미소가 아침햇살 가득히 병실 안을 꽉 채워준다. 장수남의 에서 인용 조금만 천천히 늙어가자 하였잖아요 그러기 위해 발걸음도 늦추자 하였어요 허나 모든 것은 뜻대로 되질 않아 등뼈에도 흰 꽃을 피워야 하고 지고 마는 그 흰 꽃을 지켜 보아야..

- Himalaya 2021.10.31

새(鳥)에 관한 esprit IV - 이상한 새들

새(鳥)에 관한 esprit 밤에만 날아다니는 새가 있다 내가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 새 때문이다 저벅 저벅 걷다가 때론 울다가 훌쩍 날아다니기도 한다 비밀을 하나씩 들킬 때마다 새의 날개는 점점 견고해진다 기억나지 않는 기억 사이를 이미 지나간 내일과 아직 오지 않은 어제 사이를 날아다닌다 끝내 시가 되지 못한 시어들만 물어다 놓고 숫자도 없는 시계 속에서 붉은 부리로 밤새 소리도 없이 시간을 쪼아댄다 관념들이 생각에 생각을 물고 그 새의 꼬리가 길어져 간다 밤새, 열리지 않는 눈꺼풀을 기웃거리다가 아침이면 깃털 하나 남기지 않고 새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내 머리카락 속에 새집만 덩그러니 지어져 있다 저 엉성한 둥지 하나 만들려고 밤새도록 잠 속을 헤집고 다녔나 보다 - 정용화의 이 시는 기..

- Himalaya 2021.10.31

새(鳥)에 관한 esprit III - 새의 울음

새(鳥)에 관한 esprit 며칠째 새가 와서 한참을 울다 간다 허구한 날 우는 새들의 소리가 아니다 해가 저물고 있어서도 아니다 한참을 아프게 쏟아놓는 울음 멎게 술 한잔 부어줄 걸 그랬나, 발이 젖어 멀리 날지도 못하는 새야 지난날을 지껄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술을 담근다 두 달 세 달 앞으로 앞으로만 밀며 살자고 어두운 밤 병 하나 말갛게 씻는다 잘난 열매들을 담고 나를 가득 부어, 허름한 탁자 닦고 함께 마실 사람과 풍경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저 가득 차 무거워진 달을 두어 곱 지나 붉게 붉게 생을 물들일 사람 새야 새야 얼른 와서 이 몸과 저 몸이 섞이며 몸을 마려워하는 병 속의 형편을 좀 들여다보아라 - 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언제 / 이병률 모르핀과 압축 무통증 주사를 꽂고 나는 서울로 돌아..

- Himalaya 2021.10.31

새(鳥)에 관한 esprit II - 취한 새들

새(鳥)에 관한 esprit 취한 새들 청포도주 얼룩과 토사물들이 키와 갈고리에서 흩어지며 날 씻었다네 —아르튀르 랭보, 「취한 배」 멀지 않은 곳에서 어린 새들이 죽은 채 발견되었다 비둘기의 발걸음으로 다가와 까마귀의 날갯짓으로 끝이 나는 사건들 새의 떼죽음도 그런 사건들 중 하나 출근길의 교통사고처럼 곧 잊혀지고 마는 일 점호도 없이 일제히 날아오르던 새들은 어디로 갔나 곡식알처럼 흩뿌려져도 부딪치는 법이 없던 새들은 마가목 열매 때문이었다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발효된 열매, 붉고 둥근 칼집 속의 칼날이 새들의 영혼을 쪼개버렸다 천국에서 불어오는 바람 앞에 기우뚱거리는 날개를 미처 접지 못한 새들 자라기도 전에 날개가 꺾여버린 하늘의 익사체들, 새들에게 치사량의 알콜은 얼마쯤 될까 취한 새들은 곤두박..

- Himalaya 2021.10.31

새(鳥)에 관한 esprit I - 힐던새는 집을 짓지 않는다

새(鳥)에 관한 esprit 안녕하십니까? Chris입니다. 아주 멀리 떠났다가 고향에 돌아온 기분입니다. 히말라야 원정을 떠났다가 눈계곡으로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영원히 썪지도 않는 만년설속의 불귀의 객이 되어 못 돌아오는 줄 알았습니다. 다행히 구조되어 서울로 돌아와 장장 4시간의 수술을 받고 깨어나 이제는 특수물리치료를 통해 재활운동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인도 없는 제 블로그에 들어와 흔적을 남겨주신 분들, 전화문자로 용기를 주셨던 분들, 그리고 E- Mail로 격려를 주셨던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마음 속의 힐던새 운다 날 때부터 집짓는 법을 모르는 그러면서 날마다 밤이 되면 내일은 집을 지어야지 내일은 집을 지어야지 운다 그 마음속 새는 내가 키웠다 몇 번의 실패한 사랑과 먹이..

- Himalaya 2021.10.31

새(鳥)에 관한 esprit I - prologue

추석, 한가위를 병원에서 지냈다. 근 한달간 허리가 고장나면서 연결된 신경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대퇴골과 허벅지를 아프게했다. 잠자려 누우면 돌아눞지를 못하게 아프고, 아침에 일어나 첫 발짝을 떼어놓는 순간, 기겁을 하게 아파서 주저 앉았다. 낮에는 겨우 몇 자욱씩 떼어놓다보면 속으로의 통증은 있으나 그냥 걸을만했다. 그러나 앉았다 다시 일어서려면 고통은 또 다시 시작되었다. 나는 망서리다가 예약을하고 병원을 찾았다. 5년전, 똑같은 추석전날, 급한김에 119를 불러 요란스럽게 경고음을 울리며 찾아왔던 병원. 응급실에 누워있는 나에게 의사가 진단을 하려고 왔다. 그리고 하반신이 마비된 나의 상태를 보고 말했다. - 디스크가 터졌습니다. -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겁니까? - 서서이 마비가 진행되겠죠. 참 밉..

- Himalaya 2021.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