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自作 詩 106

스물 일곱살의 備忘錄 - 윤필립

6. 25. 쉰 두 돐을 맞아 올렸던 음악 몇 곡과 사진을 이제 한 장만 더 올리고 중단 해야겠다 푸른 소나무같이 청청한 젊음을 조국의 부름으로 인하여 죽도록 가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갔던 군대생활 3년6개월. 피끓던 젊은시기에 타오르는 예술혼을 거세 당하고 끌려간, 미술대학을 갓 졸업한 예술학도에게 그 기간은 치명적이었다 남쪽해안지방에서 보초를 서며 바닷바람 속에 들려오는 죽음의 신이 부르는 목쉰 노래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용케도 살아서 서울 비행장으로 전속을 왔다 담밑에 꽃씨를 뿌리고 그 꽃이 세번 피었다 지길 기다렸다 그리고 친구삼아 거위도 길렀다 구내식당에서 추라이에 밥을 남겨서 가져다 먹이며 함께 잠을 잤다 휴일, 텅 빈 직감처에서 노래를 부르면 옆에서 따라 부르며 꽥꽥거렸다 촬영을 나가면 빈..

- 그의 自作 詩 2021.11.30

신촌리 K-16 부대의 사진병 - 윤필립

신촌리 K-16 부대의 사진병 수서 인터체인지를 지나 세곡동 사거리에서 판교를 거의 다 가도록 6차선 곧은 길, 좌편에 서울공항이 있어 다시 말하면 신촌리 비행장 K-16 공군부대라고 부르지 나는 분당으로 가는 그 길을 차로 달리며 생각에 잠기지 처음 이 길은 흙 먼지 풀풀 날리는 외길이었어 차를 달리면서도 눈길은 높은 담 너머로 가지 그 담은 옛날엔 철조망이었어 정문으로 들어서면 우리들이 지어놓은 유신문이 있고 유신문을 지나면 관제탑과 활주로가 뻗어있지 나는 그 활주로를 자전거를 타고 121대대로 촬영을 다녔어 철조망 옆 어디쯤인가 조종사 숙소가 있고 그 옆엔 호수도 있었지 그 호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콘센트 건물이 있고 그 콘센트 건물이 내가 일하던 사진반이었어 사진반에서 나는 일병부터 병장까지 군..

- 그의 自作 詩 2021.11.30

내 生의 복수는 끝났는가? - 윤필립

사천에서 훈련병 시절 해안선 외곽 초소 칼바람이 귀신소리를 내며 바닷가에서 불어왔다 나는 칼빈 소총을 내려놓고 주머니를 뒤져 휴지조각 위에 희미한 달빛으로 몇 자 시를 썼다 물론 시도 아니고 유서에 가까웠다 내 생이 싫어서였다 나는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 생에 복수하고 싶었다 저녘밥 부식이 조금만 허술해도 츄라이를 던지고 내무반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조종사 식당에서 김치를 얻어 오라는 녀석들이 있었다 조종사 식당의 당번병에게 맘에도 없는 비위를 맞추고 김치를 얻어오며 김치조각을 떼어 먹었다 비참했다 그토록 비참한 내모양새가 보고싶지가 않았다 비참하게 만드는 생에 복수하고 싶었다 일병 달고 자대로 넘어 왔을 때, 내게 친형처럼 잘해주던 원주 출신 병장이 자기 발씻을 물에 사진 현상액 린시드를 섞었다고, 직..

- 그의 自作 詩 2021.11.30

佛家 詩 IV : 내가 부처인것을 - 윤필립

지난 가을부터 겨울까지 나는 전철을 타고 월정사역에서 내려 도봉산 자운봉 가는길목 망월사 위 바위에 걸터앉아 스님들의 불경 외우는 소리를 들었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아제아제 바라아제... 서당개 삼년이면 라면을 끓이고 절집개 삼년이면 불경을 외운다는데 내 귀에는 그것이 불경소리로 들리질 않고 솔바람 숲에서 불어오는 선인들의 음악으로 들리고 있었다 이토록 산중불도는 쉬운데 속세로 내려가면 왜 하루에도 수십번 지옥에 빠져드나 아무나 중이 되는것은 아닌가 보다 산중에서 불경 외우며 도 닦은것은 스님에게 맡기고 나는 속세에서 부처나 될란다 . 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 그의 自作 詩 2021.11.30

佛家 詩 III : 그 뒷 모습

뭇 衆生... 佛家에서는 살아있는 무리라고 뜻 풀이 해준다 살아있는 무리. 개, 소, 말, 닭, 새.... 그 중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 사람. 전생에 미물로 떠돌며 억겹의 고통을 참아내고 환생되었다는 생명체, 인간. 그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특히 인간의 뒷 모습은 앞 모습보다 더 아름답다 그 뒷 모습은 많은 이야기를 내포하고있다 앞에서는 솔직하지 못하고 용기없던 사람도 돌아 앉으면 너그럽고 솔직한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인색함.이중성.비열함까지 거두어 버린 어질고 유순한 모습들 산길을 걷다가 홀로 돌아서 앉아있는 이를 보면 한동안 눈길 머무는 버릇이 생겼다 그 뒷모습에 얼마나 여러 번 안아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카메라 셧터를 눌러댔던가. - Chris Nicolas -

- 그의 自作 詩 2021.11.30

佛家 詩 II : 南 無 阿 彌 陀 佛

바위 벽에 새겨진 나무아미타불 (南無阿彌陀佛) 여섯 글자 누가 새겼을까? 조선조때 佛心이 강한 아낙내가 佛心을 빌어 아들이라도 낳을 요량으로 석공에게 돈을 주고 저토록 정성을 들여 새겨놓았을까?... 아니면 신라시대에 흠모하던 情人을 두고 출가한 저 위에 있는 망월사 젊은 스님이 흩으러지는 불심을 모으며 파 놓은것일까? 허기진 몸으로 산을 내려 오다가 물소리에 이끌려 발길 돌려서 물 한 모금 공양받고 돌아 서며 섬광같은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갔다 이럴수가!... 정말 이럴수가.... 그곳엔 먹물들인 승복입고 파르라니 삭발한 내가 손에 정을 들고 南 無 阿 彌 陀 佛... 바위에 아로 새기고 있었다 詩作 Memo 망월사 거쳐 자운봉 가는길, 원도봉 계곡을 지나다 보면 숲속에 맑은 물소리가 나며 덕..

- 그의 自作 詩 2021.11.30

Circus 소녀를 사랑한 천사 이야기

Circus 소녀를 사랑한 천사 이야기 윤필립 내 나이 일곱살 무렵 동네 개천에 천막을 치고 진을 치던 동춘서커스를 본 적이 있었어 황혼녁에 들리던 삐에로의 나팔소리 그 소리에 이끌려 할머니를 졸라 구경을 갔었지 바닥에 깔린 거적위에 앉아 숨 죽이며 곡예사들을 보았어 그때 나는 한 소녀를 사랑하게 된거야 공중 그네를 타며 허공을 날아 다니다 건너편 그네로 건너 뛰고 누워서 공을 굴리며 허리를 꺾어 자신의 몸으로 원을 그리던 소녀 마치 하늘에 사는 천사 같았어 막간을 이용해 그 소녀는 자신의 사진을 팔러 다녔지 그러나 그 소녀가 내 앞으로 와서 사진을 내밀었을때 나는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했어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쿵쾅거리며 숨까지 멈추는듯했지 돌아와서도 잠을 잘때 그 소녀가 자꾸 떠올랐어 무대 위에서 아..

- 그의 自作 詩 2021.11.30

Innsbruck에서의 마지막 사랑

性은 聖입니다 윤필립 초가을의 저녁햇살처럼 짧은 性기능의 저하(低下)를 치료하러 간 병원에서 의사가 묻는다 - 새벽 발기는 진행되십니까? - 예. 간단하게 대답했다 이어서 묻는말에 답하라며 질문지를 준다 - 마지막 관계는 언제였습니까? - 어디서?... - 누구와?... 그랬다 나의 마지막 정사는 Austria Innsbruck에서였다 새벽이었다 어스름 푸른기운이 창문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나는 때아니게 이국에서 불 붙는 정욕을 안타깝게 불 지피고 있었다 희미한 창문이 밝아지며 멀리 흰 눈 쌓인 산봉우리가 보였다 갈증을 해소하듯 나는 아래에서 두 팔을 벌리고 수면 깊이 가라앉듯 사력을 다 해 헤엄치고 있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후에도 새벽 발기는 계속되었지만 그날의 情事가 자꾸 떠오르며 실패를 거듭하고 있..

- 그의 自作 詩 2021.11.16

驛馬따라 찾아간 南쪽

驛馬따라 찾아간 南쪽 윤필립 품고 간 책을 낯선 곳, 낯선 주막에서 풀었다 삭정이를 태워 군불을 지펴주는 주막집 객주방에서 매캐한 연기를 맡으며 눈물을 찔금대며 읽었다 내 이곳을 찿아온건 화개장터의 옥화네 주막에서 쌍계사의 저녁 종소리를 듣고 그길 따라 벚꽃 십리길을 따라 올라가리라고 찾아왔다 낯선 섬진강 뚝을 천천히 걸었다 울울한 대나무들 설피설피 落花하는 벚꽃 또한 가슴 저몄다 저녁 여섯시 쯤이었다 애절한 저녁 산골짜기 따라 종소리가 울려 내려왔다 벚꽃나무 십리길 냇물따라 내려왔다한숨소리같은 저녁 종소리 저녁종 치는 쌍계사의 젊은 스님은 누구인가 驛馬살을 풀게하려 올려보낸 주막집 아들 성기가 아직 있을까 한숨에 또 한자락이 스밀 때마다 주막집 주모의 한숨소리 짙어진다 金東里 先生의 短篇 '驛馬'를 읽..

- 그의 自作 詩 2021.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