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리 K-16 부대의 사진병
수서 인터체인지를 지나
세곡동 사거리에서 판교를 거의 다 가도록
6차선 곧은 길, 좌편에 서울공항이 있어
다시 말하면 신촌리 비행장 K-16 공군부대라고 부르지
나는 분당으로 가는 그 길을 차로 달리며 생각에 잠기지
처음 이 길은 흙 먼지 풀풀 날리는 외길이었어
차를 달리면서도 눈길은 높은 담 너머로 가지
그 담은 옛날엔 철조망이었어
정문으로 들어서면 우리들이 지어놓은 유신문이 있고
유신문을 지나면 관제탑과 활주로가 뻗어있지
나는 그 활주로를 자전거를 타고 121대대로 촬영을 다녔어
철조망 옆 어디쯤인가 조종사 숙소가 있고 그 옆엔 호수도 있었지
그 호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콘센트 건물이 있고
그 콘센트 건물이 내가 일하던 사진반이었어
사진반에서 나는 일병부터 병장까지 군복무를 했지
부대의 모든 행사를 촬영하고
그 많은 부대인원의 출입증 사진을 찍어서 가슴에 달아주고
셀 수없이 많은 사고 사진을 찍으러 다녔어.
휴가 나갔다 돌아온후 자살을한 하사를 찍고
전투기가 훈련을 하다 떨어지면 제일 먼저 찦차를 타고 달려 나갔지
논밭에 추락한건 쉽게 찾지만
앞산에 추락한 전투기는 건너편 뒷산에 잔해가 있기 마련이지
때로는 춘천 호수에 떨어질때도 있지
그러면 나는 헬기를 타고 추락지점을 찾아서 호수위를 맴돌았지
위에서 보는 호숫가의 나무들은 헬기의 프로펠러 바람에
태풍을 맞는듯 휘날렸어
그 잔잔하게 퍼져나가던 물살
때로는 몇일씩 못 찾고 호수위를 빙빙 돌때도 있었지
죽은 조종사를 촬영하여 돌아온날 암실의 붉은등 아래서 현상을 하고
희미한 붉은등에 비춰보면 또한번 무서운 현장을 보곤했어
밤새 두려움에 떨며 밤을 새우고
이튿날 사진을 뽑아 건조기에 넣어 말리면
부대엔 영결식장이 꾸며지곤 했지
이젠 또 사건현장이 아니라 행사사진을 찍으러 가야해
정복으로 예절을 갖추고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어제 그의 죽음을 찍었던 젊은 영정을 대하지
먼저 향을 불 붙여 꽂고 거수경례부터 하지
나와 같이 입대하여 비행훈련중 사고를 당해 먼저 간 젊은이
사진반 옆에는 작은 꽃밭도 있었어
나는 그 꽃밭을 가꾸며 하루하루를 세었지
꽃밭에 세번 꽃이 피었다 지면 나도 이 부대를 나간다고
세곡동까지 걸어나와 을지로 6가까지 버스를 타고 외출을 나왔어
역시 들어 올때도 을지로 6가에서 버스를 타고 들어 왔는데
버스가 헌인능을 지날때면 멀미가 났어
군대 멀미였지
나는 지금 그 길을 달리며 그때 같은 소속 내무반의 장병들 이름을 불러보곤 해
박주환, 유병도, 손찬수, 백승용, 박찬수...
서울공항은 없어지면 안돼
옮겨서도 안돼
그자리에 언제까지 영원히 있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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