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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 김선정

내가 詩의 무대로 떠올렸던 Italy, Cinque Terre... 이곳에서 나는 아랫 詩를 떠올렸다 계속되는 장마로 서재에 틀어박혀 영화와 책들을 들추다 보니 몇일간 계속 Blog에 올린 '바다에 관한 명상- 시리즈'에 詩 한 편을 더 올리고 끝낼까 합니다. 이번에도 바다에 얽힌 사랑 이야기입니다. 사실, 해외 이민 생활이 그다지 행복하고 쉽지만은 않습니다. 여기 외국의 어느 바닷가 절벽 위 마을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부부싸움을 하고 바닷가로 달려나온 여자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 그 배경상황과 심리묘사가 눈에 선합니다. 외국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높은 절벽위에 해안마을이 즐비합니다. 이태리의 소렌토, 포지타노, 나포리, 그리스의 산토리니... 모두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집들도..

- 그의 애송詩 2021.10.09

항구수첩 - 이외수

2011. 8. 3. 늦은 밤 다방에는 음악이 없었다 한 여자가 흐린 조명 아래서 음악의 부스럭지를 비질하고 있었다 어둠의 바다 정어리떼의 비늘이 희끗희끗 떠다니고 있었다 바바리코트를 펄럭이며 한 사내가 방파제 위에 서 있었다 여기는 바다 그대 그리우면 돌아갈 것임... 편지를 쓰고 싶었다 허이연 바람이 밀려가고 있었다 다시금 날이 밝고 있었다 생이손을 앓으며 뒤채인 지난 밤이 하얗게 표백되고 있었다 부두에는 목선 한 척이 정박해 있었다 인부들이 밤의 시체를 져 나르고 있었다 월요일 다시 개임 다시 햇살 너무 멀리 떠나와 있었다 이외수 詩 ********************************************************** 윗 詩는 이외수씨의 '항구수첩'이라는 詩이다. 마치 김승옥씨의..

- 그의 애송詩 2021.10.09

가포(歌浦)에서 보낸 며칠 - 최갑수

가포(歌浦)에서 보낸 며칠 한동안 가포에 있는 낡은 집에 가 있었다 늙은 내외만이 한 쌍의 말간 사기 그릇처럼 바람에 씻기며 살아가고 있는 바닷가 외딴집 바다 소리와 함께 그럭저럭 할 일 없이 보고 싶은 이 없이 참을 만했던 며칠 저녁이면 바람이 창문에 걸린 유리구슬 주렴 사이로 빨강 노랑 초록의 노을 몇 줌을 슬며시 뿌려주고 가기도 했다 손톱만한 내 작은 방에는 구름처럼 가벼운 추억 몇 편이 일렁이며 떠 있기도 했다 그 집에 머물던 며칠 동안 내 가슴속 아슴하게 오색 물무늬가 지던 그러한 며칠 동안 나는 사랑이라든가 사랑이 주는 괴로움이라든가 하는 마음의 허둥댐에 대하여 평온했고 그러다가 심심해지면, 그런 허둥댐의 덧없음에 대하여 다 돌아간 저녁의 해변처럼 심심해지면, 평상에 모로 누워 아슴아슴 귀를 ..

- 그의 애송詩 2021.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