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Life story

병상일기 VI

Chris Yoon 2023. 2. 28. 20:44

 

바람은 저 나무를 흔들며 가고

난 살고 싶었네

몇 개의 길들이 내 앞에 있었지만

까닭없이 난 몹시 외로웠네 

거리엔 영원불멸의 아이들이 자전거를 달리고

하늘엔 한 해의 마른풀들이 떠가네

열매를 상하게 하던 벌레들은 땅 밑에 잠들고

먼 길 떠날 채비하는 제비들은 시끄러웠네

거리엔 수많은 사람들의 바쁜 발길과 웃음 소리

뜻없는 거리로부터 돌아와 난 마른꽃같이 잠드네

밤엔 꿈 없는 잠에서 깨어나

오래 달빛 흩어진 흰 뜰을 그림자 밟고 서성이네

여름의 키 작은 채송화는 어느덧 시들고

난 부칠 곳 없는 편지만 자꾸 쓰네

바람은 저 나무를 흔들며 가고

난 살고 싶었네

 

- 장석주의 '바람' -

 

 

몇년째 나는 아프다.

처음엔 시름시름 높은 지대를 올라가거나 빨리, 오래 걸으면 숨이 차오르며 가슴이 뛰고 힘들더니

차츰 심해져 발걸음을 떼어놓기가 힘들게 숨이 차올랐다.

그리고 병원에서 내린 진단, 혈액암.

나는 아무것도 모른체 병원에서 하자는대로 입원을 하고 항암치료를 받았다.

항암치료를 받고나니 면역력이 떨어져 대상포진이 왔고 그 대상포진은 굳어져 신경통이 되었고, 걸음걸이를 정상에서 밀어내며 불구로 만들어버렸다.

- 심장에 물이차서 정상인보다 심장이 더 큽니다. 폐에도 물이차서 숨이 가뿐겁니다.

아밀로이드종은 완치가 될수없고 차츰 자연적으로 낫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는 치료를 계속했다.

아밀로이드종을 알고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남은 생명이 3년밖에 안된다고 이야기들했다.

나는 항상 불안했다. 앞으로 3년밖에 안남았다니...

 

그동안 숨이 차오르고 호홉곤난이 와서 119를 불러 병원응급실로 실려간것이 세번이나 된다.

자연히 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가는것외는 집안에서만 있게되었다.

나는 좀 더 살고싶다.적어도 15년은 더 살고 싶다.

병원에서 입원을 하고있을때는 병상일기를 썼다.

그냥 있기보다 그것이라도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아내는 그것을 읽으며 울었다고한다. 살고싶어하는 나의 열망이 너무 간절하게 느껴지며 눈물이 쏟아졌다고한다.

 

항암치료를 받고 여러가지 증세가 나타났다.

온몸이 벌래가 기어다니듯 가렵고 검은 반점들이 피부 이곳저곳에 나타났다.

식욕이 저하되었다. 저하정도가 아니고 음식을 대하면 비위가 상하고 구역질이 올라오며 거식증이왔다.

아내는 무언가 먹도록 하기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헛수고였고 음식을 권하는 아내가 역으로 나를 화나게했다.

나보다 나이가 7살, 16살이나 많은 누나들이 음식재료를 보내왔으나 끝내 먹지못하고 버렸다.

가끔씩 지인들이 올해 수확한 과일이라면서  강원도 과수원에서 제일 좋은 품종으로 딱 그 기간동안만 수확한다는 사과라든가, 전라도 장흥 백양사일대에 산을 개간하여 감나무를 심고 수확한 대봉감을 보내주고, 제주에서 신품종으로 개량한 레드향 귤, 식사대신 하라는 판매용 누룽지를 보내왔다.

그것을 조금씩 먹으며 긴 겨울을 연명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나면 밤이면 불면이 왔다.

밤새 뒤척이며 잠을 청한다는 것은 고역이다. 밤새 음악을 들었다.

음악과 현실이 혼동이되고 나는 음악을 꿈처럼들었다.

그리고 이튿날은 소파에 누워 몇분간 깜빡 졸다가 일어났다.

 

며칠전부터 아무것도 입에 넣지를 못하고나니 나는 무기력해지고 정신마저 혼미해졌다.

아내는 내가 조금이라도 먹는 불루베리 롤케익을 사다주었다.

그것으로 나는 연명할 수 있었다.

 

어제 아내가 약을 주었는데 그것을 먹고나니 속이 진정이되며 밤에 식욕을 느꼈다.

나는 새벽이 오기를 기다려 인터넷으로 사두었던 뼈다귀 국물에 떡국을 끓여 억지로 먹었다.

오늘 하루를 지내는데 훨씬 나았다.

 

밖에는 바람은 저 나무를 흔들며 지나가고

나는 살고 싶었다

 

- Chris Yoon

 

 

 

帝景이 다녀갔다.

내 가슴엔 꽁꽁얼었던 얼음들이 쩌억 쩌억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깨져 강을 따라 흘러내려가고 있었다.

아무리 세상의 모든것들이 변해도 그는 나의 하나밖에 없는 혈육이고 아들이다.

나는 지난 4년동안 그를 수백번도 더 버렸지만 가슴속에 깃든 그를 길렀던 추억들은 몰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곧 봄도 오려니...

 

나는 帝景에게 그동안 준비해뒀던 내 장례절차를 카톡에 넣어 주었다

 

 

- 명함에 있는 상조회사 신영호본부장에게 연락, 그와 상의할것.

- 강동성심병원 장례식장으로 갈것

- 수의는 집안에 있는 양복중에서 한다

- 화장터에서 유골함은 구입하지말고 집에 준비해둔 것으로 가지고 갈것.

- 꼭 그날, 재를 처리안하고 집으로 가져왔다가 훗날 뿌려도 됨.

- 올림픽공원 내가 잘 가던 벚꽃나무 아래에 뿌려주면 좋겠음.

- 유품들은 한꺼번에 처분하지말고 두고두고 보면서 조금씩 처리하는게 바람직.

 

유골단지는 버리지말고  두었다가 엄마 장례식때 재사용해도 좋겠음.

 

-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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