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Life story

병상일기 III

Chris Yoon 2023. 2. 6. 09:13

2월 1일.

나는 꼭 더 살아야한다.

이 병원을 나가서 집으로 돌아가서 아무 하는 것없이 무위도식을 한다해도 나는 행복할 것이다.

U.S.B.로 음악을 듣는다.

이제는 듣는곡마다 전주만 듣고서도 곡명을 알아 맞춘다.

그만큼 인생을 살면서 음악에 투자한 시간이 많았다.

허긴 음악은 내가 세상을 살면서 내삶의 거의 전부였다. 길을 가면서도, 잠을 잘때도, 식탁에 앉아서도, 마음이 공허할때는 더욱 심취하여 음악에 빠져들었다.

내 U.S.B. 또 컴퓨터 파일에는 수천곡의 음악들이 내장되어있다.

이 음악들을 구하기위해 나는 얼마나 내평생을 애쓰며 보냈던가!

음악뿐만 아니다. 사진을 찍고 수천장의 사진을 작품으로 내놓을때까지 나는 얼마나 힘든 역경을 거쳐던가!

한장의 사진을 이 세상에 남기기위해 어린 나이부터 얼마나 얼마나 지칠줄모르고 나를 갈고 닦으며 얼마나 노력을 했던가!

카메라가 흔치않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마치 큰 행사같이 사진이 보급되지 않았을 때부터 촬영, 현상, 인화를 능수능란하게 해내고 칼라시대로 넘어오면서는 구도와 색감에 빠져들며미술대학을 졸업한 능력을 발휘했다.

그렇게 내나이 일흔을 넘기고나니 비로서 내가 한평생을 좋아하고 소질이 있는 것을 찾아서 살아왔다는 자신감이 든다.

결코 나의 인생은 헛살은 삶이 아니었다.

용케도 나의 성향을 알아내고 계발시키고 전문교육을 받기위해 투쟁해야했던 날들.

이제부터다. 나의 그동안 생명같았던 창의력을 발취한다는 것은 이제부터다.

내가 지금 죽는다면 이제까지 내가 찍은 사진들, 이제까지 내가 수집한 음악들, 내가 심혈을 기우려서 만든 조각들은 모두 나와함께 이세상에서 사라지고마는 것이다. 아무쪼록 더 살아야한다.

아직 해야할 크레이티브 작업이 남아있다.

하늘이시여, 저에게 좀 더 살아갈 날들을 주소서.

 

아픔과 고통에서 헤어나자.

그 아픔과 고통도 음미하면 감미롭게 받아드릴 수 있다.

모든 쾌락과 행복은 아픔과 고통뒤에 오는 것이다.

 

2월 2일.

새벽부터 혈압, 혈당검사를 하루에 4번씩하고 X-Lay와 심장초음파 검사를 했다.

결과, 부정맥과 많이 차있던 폐의 물은 빼냈는데 아직 심장에 있는 물은 덜빠져 심장이 커보인다는 서교수의 말.

- 토요일쯤 퇴원을 하셔서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약으로 치료를 하셔도 될듯합니다.

퇴원후, 2월 10일에 제경이가 집으로 와서 만나기로했다.

뭐라고 해도 내가 기른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아들이다. 이렇게 15년만이라도 더 살았으면 여한이 없겠다. 부디 그렇게 되겠지. Grasias la Vida. 삶이여 감사합니다.

 

2월 3일

간밤엔 잠을 못이루었다.

귀에 레시버를 꽂고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했으나 잠은 오지 않았다.

 

또 하루의 시작.

복도로 나오라는 아내의 문자.

나가보니 첫전철을 타고왔다면서 쇼핑백을 주고간다. 삶은 달걀, 양배추셀러드, 군만두 군고구마... 아침식사 메뉴가 들어있다.

혈당조사, 혈청검사, 심장초음파, X-Lay, ... 오늘도 검사는 변함없이 계속된다.

서원우교수의 회진.

- 내일 퇴원을 할까합니다. 그러나 집에서 치료를 하며 일주일에 한번씩 병원에 나와서 진료를 받아야합니다.

 

아, 그 짧았던 젊은날의 추억이여.

평생을 마음 조리며 살았던 내 인생의 조바심도 결국 이렇게 끝이나고 막을 내리는구나.

 

플라시보(Placebo)효과

매일 1시가 되면 눈이 떠진다.

그리고 가슴이 답답해음을 느낀다.

한동안 이쪽, 저쪽으로 돌아누우며 호홉을 정돈하다가 끝내는 벨을눌러 진통제 '타진'을 달래서 먹는다.

그러다 괜찮아지는 날도 있다. 일종의 플라시보(Placebo)효과다.

 

 

-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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