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Life story

병상일기 IV

Chris Yoon 2023. 2. 7. 05:46

2월 5일

2월 4일. 퇴원을 했다

휑하니 냉기가 돌던 집안이 이제 사람사는 것같이 온기가 느껴진다고 아내가 말한다.

나는 안다. 그동안 내가 병원으로 간후, 아내는 마치 자신의 존재가 없는듯이 살아왔었다.

그렇게 열흘... 아내는 혼자 살았다.

 

퇴원을 한후, 나는 어제 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한번도 깨지않고 잘잤다.

9시에 기상. 혈당을 재본다. 187.

그런데 병원에서는 먹을것은 없고 빵과 과자로만 연명을 했더니 심지어 440대까지 올랐었다.

오늘은 일요일. 하루종일 혼자 시간을 보내고있다.

이것 또한 작은 행복이라고 생각하자.

큰 누나, 작은 누나들과의 전화통화를 한다.

 

2월 6일

퇴원을 하고 이틀째.

아직 더 나빠진것은 없다.

밤에 자면서도 숨이 가쁘다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일어나 앉아서 밤을 보내는 일은 없었다. 

나도 모르게 차츰 병세가 호전되어 내 생활의 정상을 찾았으면 좋겠다.

아침, 일어나서 샤워부터했다.

온몸을 씼고 그동안 병원에서 입었던 옷들은 벗어서 세탁기에 넣었다.

이대로 살아있다는 것도 감사할일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움직이지도 못하고 매일 누워서 살면서 심장과 폐에 물이고여서 답답해하고

숨이 차올라서 호홉을 못하고 호홉곤난으로 숨이 막혀 죽는다면 어떻게할까?

끔찍한 일이다.

어떻게하면 이세상에서 잘 살다가 고통없이 죽는 것일까?

 

2월 7일

퇴원을 하고 4일째 접어든다.

차츰 아픔을 견디며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다.

숨이 차오르고 심장이 갈라지듯이 고통스러운 현상은 없어졌다.

그러나 면역성 고갈로 대상포진이 와서 이내 신경통으로 굳어버려 송곳으로 찌르는듯한 통증은 여전하다.

인간이 살면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인다는 것, 그것을 사람들은 모른다.

다리가 불편하니 걸음걷기가 시원치않고 걸음을 옮기기가 힘드니 매사에 고통스럽고 힘이든다.

집안에서도 하는일이 많다.

화장실 변기가 막혀 뚫는것, 세탁기의 탈수가 안돼 손보는 것. 사소한 일들로 골치를 썪인다.

그럴때마다 하는데까지 내손으로 고치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아내는 혼자 열흘간을 어쩔줄몰라하며 지냈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것이 우리들의 생활이다.

애초부터 독신으로 지내왔던 사람이라면 늘 그렇게 손쉽게 A.S.를 전화 한통으로 해결하여 끝내겠지만 인생이란게 그런게 아닌가보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어울려살며 서로 적합한 일을 찾아서 하고, 부탁도하고, 서로 힘이되어주며 사는것이다.

그러다가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난다는건 나머지 한 사람도 생을 포기하라는 것과같다.

우리 누나들의 삶이 그렇다. 평생 부부간의 금술이 유난히도 좋았던 누나들은 먼저 매형들을 떠나보내고서도 견딘다.

혼자서 외롭게, 먼저 떠난 남편을 생각하며 그냥 자신도 뒤따라 갈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견딘다.

내 아내는 내가 먼저 떠난후, 어떻게 살아나갈까?

내 아내는 내가 아니고는 혼자 살 수가 없는 여성이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암치료를 받으며 병원생활이 길어질때 느꼈다. 아내의 자리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했다는 것을...

아내도 내가 없는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그러면서도 병원을 매일 찾아와서 면회도 안되는 곳에서 잠깐 만나며 울고, 서로를 위로하며 살았다. 부부라는게 늙어가면서 서로 소중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아파서 고통스러워하며 아내의 도움을 받다가 고통스럽게 먼저 이 세상을 떠난다는건 생각도 하기싫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고 그날은 하루하루 다가온다.

이 노릇을 어쩌리... 어쩌다 우리가 벌써 이 나이가 되었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없다.

 

2월 8일

퇴원을하고 잠을 못이루는 날이 많고 그 이튿날은 잠이 쏟아져 가진맥진하여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드는 날이 있다.

두시간마다 한번씩 잠이깨어 일어난다. 그리고 이런생각, 저런생각을 하다가 또 잠이든다.

지난밤에도 그랬다. 그리고 9시에 기상했다.

기상후 혈당검사를 해봤다. 놀랍게도 145. 병원에선 무려 400이상으로 올랐던 혈당이 이렇게 신기하게도 내릴 수 있을까?

 

병원에서 음식이 도통 맞지를 않아서 아내에게 먹을만한 것들을 부탁했었다.

아내는 퇴근을 하고 피로한것도 잊은체 여러가지를 사왔다.

케익, 호두파이, 땅콩이 들어간 비스켓, ... 나는 식사대신 그런것들로 살았다.

그리고 간호사가 한 혈당쳌크에 여지없이 걸리고 말았다. 무려 혈당이 400이상 오른 것이다.

인슈린을 주사하겠다고 간호사가 들어왔다. 나는 한사코 인슈린을 거부했다.

이튿날 주치의가 또 와서 인슈린을 주사해야한다고 했다.

- 누가 처방한겁니까?

- 내분비과에서 지시가 내렸습니다.

- 누구요.김두만교수요? 그분은 내 건강을 15년동안 돌보면서 진료를 한 의사입니다. 그런데 제가 혈액암에 걸려서 이지경에 이르도록 아무것도 모르고 방관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그분을 신뢰할 수 있겠어요?

나는 레지던트 주치의를 야단을 쳐서 보냈다.

주치의가 돌아간후 나의 내분비과 의사는 다른 의사로 바뀌었다.

퇴원후 조심을 하고 자가 진단을 해보니 145까지 내려갔다. 병원측에 책임도 중요하지만 너무 수선스러운 것도 탈이다.

 

2월 10일

새벽부터 일어나 아내와 함께 병원으로 향하다.

식전 공복의 채혈, 심전도검사, X-lay

병원진료가 시작되기전 모든 검사준비를 해야 두시간후 의사들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오전 11시 ~ 11시 30. 혈액종양내과 송헌호교수 진료.

오전 11시 30분 ~ 12시. 내분비내과 이상배교수 진료.

오후 15시 30분 ~ 16시. 심장혈관내과 서원우교수 진료.

오후 4시 혈액종양내과. 송헌호교수.

오늘 스케쥴은 세사람의 의사를 보기위해 무리한 스케쥴을 짰다

 

첫번째로 송헌호교수를 뵙고나서 내분비내과 이상배교수의 진료를 받았다

- 입원했을때, 그리고 퇴원후의 여파로 당이 혹 올랐을 수도 있습니다. 더 이상 나빠지는 것을 방지하려합니다

그동안 15년간의 주치의 김두만교수에서 교체된 젊은 의사는 처음이면서 무척 단호하게 말한다

심장과 서원우교수는 모니터를 보여주며 진료를 한다

나의 퇴원후 건강상태는 더 좋아지지도 않고, 더 나빠지지도 않았다.

다행이라면 다행일수도 있지만 심장의 크기가 줄지를않고 물이 고여있다는건 아밀로이드종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송헌호교수의 결정만이 있을뿐이다.

송헌호교수는 스테로이드를 한번 더 쓰기로 했다.

결과 주사처방 대신 하루에 80알씩의 알약을 삼켜야만한다.

그외 내분비내과약, 심장혈관과의 약을 합치면 무려 한번에 100알 정도의 약을 삼켜야만 한다.

이일을 어찌하나?... 그러나 해내야한다.

 

오후 4시. 모든 진료를 마치고 아내와 돌아오는 길.

하루종일 검사와 진료를 받기위해 병원내를 다녔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온다.

나보다 더 바쁘게 뛰어다니며 나의 일을 대신 처리했던 아내는 더 피곤할 것이다. 미안하고 그저 고맙기만 하다.

나는 왜 이토록 온 힘을 치료에 걸고 매달리며 살아야하나?

꼭 낫는다는 보장도 없이...

또 아내는 왜 이토록 온 전력을 다해 나를 도와 힘든 내조를 해야하나?

 

그렇다. 내가 죽고나면 이 마저도 없을것 아닌가!

그렇지 이렇게라도 살아있다는 것, 함께 있다는 것에 대해서 감사해야지.

Grasias La Vida (삶이여 감사합니다.)

 

- Chris Yoon

 

 

'- 그의 Life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병상일기 VI  (5) 2023.02.28
병상일기 V  (1) 2023.02.23
병상일기 III  (0) 2023.02.06
병상일기 II  (0) 2023.02.05
실내마스크 벗는다  (0) 2023.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