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Life story

병상일기 V

Chris Yoon 2023. 2. 23. 07:41

퇴원을 하고 9일째 접어든다.

나는 그동안 의사의 지시에따라 열심히 살았다.

송교수는 주사없이 약만가지고 치료를 하겠다고 약을 조제해주었다.

결과 스테로이드(Steroid)를 약으로 조제해주었다.

하루에 복용해야하는 스테로이드(Steroid)가 80알이다. 게다가 내분비과 약까지 합치면 90알이다.

나는 그 약을 한번에 복용해야한다.

인간은 각오하기까지 얼마간의 마음다짐이 필요하지 하려고 마음먹으면 못하는 것이 없다.

눈을감고 세번에 나누어 나는 알약을 삼켰다.

그렇게 4일간을 연속 아침마다 스테로이드(Steroid)를 복용했다.

그러나 달라진것은 없다. 몸의 변화도 없고 얼굴이 조금 붓고, 수면에 들려고 양말을 벗으면 발등이 소복히 부었다.

그리고 얼굴에 홍조를 띄우듯 약간 상기된 혈색으로 자꾸 거울을 보았다.

평소의 내가 아닌, 약간 살이찐듯한 노인의 모습이다.

나는 병원에서 가져온 소변기에 부지런히 배뇨를 했다.

그렇게 빼낸 소변은 한나절에 한통을 채웠다. 밤에도 마찬가지다. 2시간마다 일어나 소변을 빼내었다.

밤에는 불면으로 잠을 설쳤다.

어떻게 하다보면 새벽 1시가 오고, 또 새벽3시가 왔다.

왠지 이 세상을 살고있는 사람 같지않았다.

항상 공중에 뜬 기분으로 약간 어지러웠다.

 

그리고 오늘 17일, 아내와 나는 일찍 병원으로가서 송교수와 상담을 했다.

- 그동안 어떻게 보내셨어요?

나는 솔직히 대답했다'

- 퇴원을 하고 더 나아진것도 더 못한 것도 없습니다. 그냥 똑 같아요.

송교수는 내 얼굴을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 스테로이드 복용때문입니다. 이제 약을 끊고 관찰해보겠습니다.

현재 얼굴에 붉게 화색이 돌고 약간 부은것도 스테로이드 때문입니다.

아! 그랬었구나. 나는 이제서야 느끼는것이 있었다.

 

 

2월 18일

문득 맨발을 보다가 조금 놀랐다.

발등의 부종이 빠지고 내 발의 뼈마디가 보이기 시작했다.

거의 한달만에 내 발은 정상으로 모양을 되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얼굴도 차츰 제 모양을 찾아간다.

그동안 산소호홉기르를 끼고 고생이 심했다.

이렇게 차츰 고쳐가야지. 차츰 나아가야지..

 

2월 19일.

오늘이 우수(雨水)란다.

아직 꽃샘추위가 남아 있지만 갓난아기의 이빨 나듯 새싹이 파릇파릇 움트기 시작한다고 한다.

봄으로 들어서는 입춘(立春)과 겨울 잠자던 개구리가 놀라서 깬다는 경칩(驚蟄) 사이에 있는 절기이다. 우수는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말로 이때가 되면 추운 겨울이 가고 대지에는 봄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온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꽁꽁 얼어붙었던 한강도 풀렸으리라.

나는 전철을 타고 한강을 건널때마다 꽁꽁얼어붙은 한강을 바라보았었다.

'어서 봄이와야지. 그리고 강물이 풀려야지. 저 강물위에 딩구는 얼음조각들이 강줄기를 따라서 흘러가야지...'

이제 강물이 풀려 흐르면 내 가슴을 짓누르던 얼음덩이도 풀리겠지..

그때가 되면 나도 다시 옛날로 돌아가 누군가를 다시 사랑하고, 화해하고, 건강해지리라.

 

아! 그대 그리워라.

컴퓨터 자판 두드리다가

창밖 물오른 가지 바라볼적 마다.

 

 

 

 

 

 

우수가 지났어도 새벽녁은 춥다.

먼 동이 벋겨질무렵, 아내와 함께 병원으로 향한다.

 

- 허파에 물이 조금 차있던 것도 완전히 없어졌고 심장초음파도 거의 정상인에 도달했군요.

그러나 아직 심장에 물이차서 심장이 커진것은 줄어들지를 않고있습니다. 

서원우 교수는 모니터를 보여주며 오늘 촬영한 흉부사진을 보여주며 진료를 한다.

 

- 부종도 거의 내리고 부정맥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스테로이드를 계속 써야할지 어쩔지는 좀 더 관찰을 해봐가면서 결정하겠습니다.

3월 9일날 다시 뵙죠.

송헌호교수는 온화한 얼굴로 진료를 끝낸다.

 

차안에서 아내와 간단한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

햇살이 좋은 아침이다.

아내는 종달새처럼 계속 옆에서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조차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느님, 이렇게라도 우리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심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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