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ustralia (호주)

페어리 펭귄 (Fairy Penguin) 이야기

Chris Yoon 2022. 9. 5. 02:07

호주 멜번(Melbourne)을 방문한다면 반드시 들려올 곳이 있다

필립아일랜드(Pillip Island)까지 다녀오는 것이 좋다.

바로 꼬마펭귄이라는 불리는 페어리 펭귄(Fairy Penguin)이 서식하는 곳이 필립아일랜드이기 때문이다.

페어리 펭귄은 호주 필립아일랜드에만 서식하며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펭귄이기도 하다.
주로 하루를 바다에서 보내며 작은 어류들을 잡아먹으며 살다가 어둠이 자욱하게 내려앉는 저녁이 되어야 집으로 돌아온다.

 

 

바다가 어둠에 젖어들고 파도가 하얗게 빛나면 이 펭귄 퍼레이드를 보기위해 더 노비스에서 차량으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해변 입구의 주차장은 이미 수많은 차량으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이슬내리는 모래사장이나 바위 위가 차가워 모포를 한장씩 들고와서 깔고앉기도 한다.

이윽고 거센 파도를 뚫고 어둠 속에서 한 마리, 두 마리씩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관광객들의 작은 함성이 터져나온다.

페어리 펭귄들은 작은 몸으로 파도에 곤두박질치며 휩쓸려 밀려들어와 상륙하자마자 새끼들이 있는 서식지로 바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동료들이 모두 상륙할 때까지 해안선에서 기다렸다가 모두 상륙하면 예의 그  짧은 다리로 서식지로 함께 이동을 하는데 이동하는 동안 정말 시끄럽다.

 

페어리 펭귄들의 집은 주변 야산같은 언덕에 널리 퍼져있는데 제법 높은 언덕에 위치한 서식지까지 이동하면서 새끼 혹은 자신의 짝을 불러내는 펭귄들의 울음소리가 멀리까지 들리는데 거의 상대의 소리를 듣고 그 많은 소리중 자신의 가족들의 소리를 알아맞춘다고 한다. 

산으로 오르는 길이나 산길로 그 짧은 다리로 꾸준히 올라가는데 우리는 바로 옆에서 함께 걸으며 이 광경을 볼 수 있다.

서식지가 멀리 있는 녀석들은 우리가 걷기에도 꽤 먼거리를 짧은 다리로 이동한다. 그중에는 차가 달리는 도로변까지도 이동하는 녀석도 있다.

올라가는 동안 펭귄들은 계속 소리로 자신의 가족들과 통신을 한다. 무척이나 시끄럽다.

거의 다 올랐나 할 즈음에야 소리도 잦아든다.

 

그런데 나는 제일 높은 산위, 그들의 서식지에 올라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펭귄 한 마리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마구 울부짖고 있었다.

흡사 미친것 같이 소리를 지르고 걸음의 갈피를 못잡고 비틀거리며 뛰어 다니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 있는 자원봉사자 현지인에게 물어보았다.

- 저 펭귄이 왜 저러죠?

대답은 간단했다.

- 저 펭귄은 숫컷입니다. 암컷이 낮에 먹이 사냥을 나간동안 산란한 알을 부화시키기위해 동굴안에 있었지요.

펭귄들은 교대로 알을 품어서 부화를 시킵니다.

그런데 오늘 암컷의 부르는 소리가 안들려서 나와보니 암컷이 안보이는 겁니다.

물개에게 잡아 먹히고 못 돌아온거죠.

나는 한동안 거의 미친듯이 날뛰며 우는 펭귄을 바라보다가 밤이 이슥해서야 내려왔다.

 

어디선가 많이 낯익은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오래전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

인간도 똑 같다.

병원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피투성이가 된 남자를 미친듯이 소리지르고 부르며 끌어안고 우는 여자.

이미 심장이 멈추고 싸늘하게 식은 아내를 안고 오열하다가 복도로 나와 실신해 버리는 남자.

이별이란 그토록 불시에 찾아들고 어쩔 수 없이 둘의 운명을 갈라놓는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이별을 한다.

서로 싫어져서, 아니면 한 쪽이 한 쪽을 버리기도 한다.

무슨 사연과 이유가 있던간에 이별이란 죽는날까지 있어서는 안될 가슴아픈 것이다.

결코 헤어지지 말자.

 

 

尹馝粒 (윤필립)

 

 

* 페어리 펭귄 퍼레이드를 보면서 사진촬영은 결코 안된다.

이들은 스트레스에 민감한데 여행객들의 셧터소리,  플래쉬 불빛으로 눈이 멀기도 한다.
심지어 놀라서 죽을 수도 있다.
반드시 규칙은 지키고 꼭 사진이 필요하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포스트 카드를 구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