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치 기분 오은
깃털을 보았다
마음이 가벼워지려는 찰나
깃털이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눈이 절로 깜빡였다
저 멀리 솟구치는 것이 있었다
눈이 부셨다
햇볕이 따갑다고 해도 좋다
햇볕이 뜨겁다고 해도 좋다
온몸으로 햇빛을 보았다
바람이 포근하다고 말해도 좋다
바람이 부드럽다고 말해도 좋다
온 마음으로 공기를 마셨다
오늘 치 기분이 생겼다
오늘 치 기분이 생겼다
생긴다는 것
없던 것을 가지게 된다는 것
당분간 내 것이 하나 는다는 것
몸 속에 있는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걷지 않아도
움직움직하고 있다는 것만 안다
깃털을 보았다
떨고 있는 깃털을 보았다
방으로 돌아오면
따갑고 포근하다
뜨겁고 부드럽다
오늘 치 기억으로 이루어진
시간을 보았다
잠들기 직전 떠오르는 풍경이
꾸무럭꾸무럭
꿈에 나타난다
꿈에는 솟구치는 깃털이 나온다
이불 속에서 뒤척이며
비로소 내일 치 기분을 헤아릴 수 있게 된다
오은詩集 ['有에서有'중 '오늘 치 기분']
올해들어 아흔한살이신 큰 누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전히 고운 목소리.
- 왠 일이세요? 나는 다급하지않고 여유있는 차분한 누님의 목소리에 천천이 인사부터 물었다.
- 얘, 너, 나 좀 만나자. 벌써부터 너를 보았으면 했었는데 너도 아프고 피차 바쁘다보니...
내가 돌아오는 8월 1,2,3일이 휴가다. 그때 너를 보려고 너의집 근처로 가려고한다.
- 그러지마세요. 누나. 저도 여기 이사오고나서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잘 몰라요.
어짜피 전철타고 나가려면 이곳이나 종로나 한번 타기로는 마찬가지예요. 제가 약속날자 잡아서 종로 3가로 나갈게요.
대충 약속을 하고 큰 누나와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오늘 또 전화가 왔다.
- 얘,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몸도 아픈 너를 여기까지 오게하는 것도 그렇고 너, 우선 주소 좀 불러라.
곰탕을 아주 진국으로 가마솥으로 끓여파는 곳이 있는데 환자들이 기력회복하는데 좋다는구나. 택배로 보낼테니 꼭 하루 세번씩 먹어라.
양도 한개에 두그릇 정도가 나오고 고기도 많이 넣게했다. 밥도 있던밥은 맛이 없으니 새로 해서 따끈하게 먹도록해라.
- 네.
너는 동생들중에 특별한 동생이야. 어렸을적부터 내가 많이 데리고 다녔었어. 그리고 대학시절도 우리집에 데리고 있었고.
매형도 너를 친동생처럼 아껴서 구두도 사주고 시계도 사주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너를 많이 찾으셨어.
너, 아프다소리듣고나서 그 후부터 내가 잠을 못잔다.
- 알아요. 누나.
그랬다. 큰누나는 장녀답게 어려서부터 의연하고 침착하고 단호하면서 자신의 할일을 다했다.
여고를 다니면서도 친구들집에 밤마실을 가려면 나를 데리고 갔고 은행원으로 취직을하여 신여성으로 멋을 부리고 다닐때도 밤외출때는 나를데리고 다녔다. 말하자면 나는 누나의 안전 방어막이었다.
결혼을 하루 앞두고 집을 떠날때도 밤을 새워 내 손을 재면서 털실로 벙어리장갑을 짜주고 떠났다.
나는 그 누나의 집에서 고등학교를 다닐때 부터 대학2학년까지 5년이나 객식구로 얹혀있었다.
그때 누나네 집에서 머물렀던 내 청소년시절은 내 어린시절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었다.
돈암동에서 종점인 전차를 타고내려오면 성북동에서 흘러내려오는 맑은 성북천이 삼선교(三仙橋)와 만난다.
성북천은 복개가된 냇물이지만 그때는 제법 넓은 냇물이었고 옆으로는 프라타나스가 줄지어선 1차선 도로가 성북천을 따라 이어졌고 성북천은 삼선교까지 흘러와 안감내라고 하는 냇물로 흘러갔다. 삼선교에서 돈암동 반대방향으로 언덕을 넘으면 혜화동로터리가 나오고 좌측으로 가면 대학로, 직진을 하면 고색찬연한 창경궁, 좌측으로는 성북동 고급주택들이 즐비한 동네로 통했다.
그곳에서 5년을 지내면서 나는 덕수궁골목에 있던 서울예고를 다녔고 신촌에 있는 미술대학엘 진학했고 대학3학년때 국전상을 받았다.
그때는 누나도 젊었다. 따라서 나는 그 집의 집사로 매형과 누나의 고된 시집살이를 했었다.
그러나 사라진것들은 모두 그리운 것들이다.
내 풋풋했던 청소년시절도, 고달펐던 생활도, 이제는 돌아가신 매형도,... 나이든 누나도 모두 그리운 것들이 되었다.
꿈에 보았던 깃털처럼 솟구치는 하루의 시작.
아흔한살의 누나가 보내주며 일러준대로 진한 곰탕을 뚝배기에 끓여 흰쌀밥을 새로지어 말아먹는다.
이제 암치료도 끝났고 잘먹고 빨리 회복하는 길 뿐이다.
깃털, 깃털.. 오늘치의 기분이 솟구치는 아침이다.
- Chris Yoon
'- 그의 애송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의 살구나무 - 김현식 (0) | 2022.08.12 |
---|---|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 심재휘 (0) | 2022.08.01 |
詩의 배경을 찾아서 - 백석(白石)의 산숙(山宿), 향악(饗樂), 야반(夜半), 백화(白樺). 그리고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0) | 2022.07.25 |
다시 잠드는 동안 - 윤성택 (0) | 2022.07.23 |
누가 조용히 생각하는 이를 가졌는가 - 박노해 (0) | 2022.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