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바위 십리바위 심재휘
경포 바다는 열걸음만 들어가도 키를 넘어서
오리바위는 바라보기만 했다 몸 크면 가보리라 했다
그 바위 뒤에는 가물거리듯 십리바위가 있어서
간혹 거기까지 헤엄쳐 갔다 온 아이들은
서둘러 어른이 되었다
십리바위 너머로는
바위도 없이 바다가 넓기만 했다
흔히들 망망대해라 했다
아버지 손을 잡고 해변을 나오다가
그 먼 저녁 바다를 다정하게 돌아보고는 했다
- 심재휘 詩集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中 '오리바위 십리바위' - 심재휘
꼭 경포바다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어렸을적 자라던 마을에는
넓고 깊은 냇물만있어도 큰 바위가 있고 그 바위들은 이름들이 붙어있었다.
오리바위, 십리바위, 새 바위, 용바위, 거북바위...
여기서 시인이 살던 경포바다에 있는 바위들은 오리, 십리. 무척이나 해안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나보다.
어른들은 그런 위험한 곳에 아이들을 보내지않기위해 무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오래전에 조개캐러간 아이가 돌아오지않았는데 지금도 그 바위에 가면 그 아이의 혼이 사람을 데리고 어디론가 간다느니,날이 맑은 날이면 그 아이가 조개를 캐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느니...
그러나 우리는 호기심과 용맹심으로 어른들 몰래 그 바위에 갔다가 왔다.
그리고 우리들은 조금씩 어른이 되었다.
맨 마지막이 더 할 수 없이 깊은 감동을 준다.
십리바위 너머로는
바위도 없이 바다가 넓기만 했다
흔히들 망망대해라 했다
아버지 손을 잡고 해변을 나오다가
그 먼 저녁 바다를 다정하게 돌아보고는 했다
이제 우리에겐 더 갈곳도 없고 그저 망망대해같은 세상뿐이다.
아버지 손을 잡고 그곳을 떠나올때에
다정하게 마지막 돌아보았던 그 먼 저녁 바다.
- 尹馝粒 (윤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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