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애송詩

다시 잠드는 동안 - 윤성택

Chris Yoon 2022. 7. 23. 20:09

 

별의 소리는 날마다 천구를 긁는다

시간의 촉감에는 시선이 새겨져 빛을 흘리는

푸른 밑줄에 대한 심경이 있다

 

나는 도무지 잠들 수가 없어서

잠든 시간에 가서 나를 깨우고

맨발로 꿈을 앞세워 한없이 걷는다

 

별은 조금씩 내면에 흠집을 내면서

어제와 다른 위치로 명멸한다

몸속으로 궤도를 도는 별들,

나를 지나는 공(空)의 작은 균열

그 핏기를 따라서 섬이 환하게 켜진다

 

윤성택의 <감(感)에 관한 사담들>중 다시 잠드는 동안

 

 

 

잠이 오질 않는다.

벌써 몇 달째 病的인 불면이다.

항암치료를 하면서부터 였다.

의사는 이야기했다. ' 잠이 안오면 수면제 처방을 해드릴까요?'

'아뇨. 습관되면 좋지않을듯해서요.'

그리고 밤마다 잠이들기 위해 애를썼다.

F.M.을 틀어놓고 잡생각을 없애며 몰두해서 음악과 방송진행자가 읽어주는 시인의 시를 듣는다는것은 충분히 머릿속을 단순화시키며 맑게하는데 효과가 컸다. 그러나 어느순간 또 다른 세계에 빠져 몰두해 있을 뿐이지 잠은 멀리 달아나있었다.

책상위에는 시간을 맞춰 복용을 해야하는 약봉지와 잠이 오지않을때마다 들추어보는 사진들이 쌓여갔다.

그래서 어떤날은 수면제를 복용했다. 그러나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다시 잠드는 동안 나는 현실과 수면사이의 고통에서 헤메고 있었다. 현실속의 생각도 아니고 꿈속의 데자뷰도 아닌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치 바다가된 뉴욕의 지하철역을 헤엄쳐다니는 잠수부같았다.

그러다가 어느날은 새벽을 맞았고 또 창문이 훤하게 밝아오면 내가 깜빡 잠들었었다는 생각에 스스로 기특하기도 했다.

어떻게해야 지난날의 피곤한 잠속으로 빠져들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오늘도 서걱거리는 모래사막 위로 한마리 새가 운다.

 

尹馝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