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東 Europe

마로니에 나무가 비를 맞는다

Chris Yoon 2021. 11. 15. 01:34

 

 

낯 선 곳에서 비를 만났다

마로니에 잎이 젖고

그 위에 어둑어둑 어둠이 내리는 시간

 

오래전, 대학로 마로니에 광장에서 사진을 찍다가

비를 만난적이 있었다

비를 피해 뛰어든 곳,

비내리는 거리가 훤히 내어다 뵈는 카페였다

그때도 나는 메랑코리하게 창가에 앉아 술을 마시며

울고 있었다

왜 그랬던가?

20년이 지났지만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

................................

오늘은 마로니에 나무가 비를 맞으며

나 대신 울고있다.

 

 

 

글, 사진 / 윤필립

여행지 / 오스트리아 빈(Wien, Austria)

 

 

 

古都 오스트리아 빈(Wien, Austria)의 동남쪽엔 베토벤을 비롯 모짜르트, 슈베르트,

브람스, 요한 스트라우스, 주페...등 세계의 악성들이 한데 모여 잠들어 있는 공원이 있다

그 공원, 베토벤 기념관 아래 파르 광장에 있는 베토벤하우스에서는

이 부근에서 나는 새 포도로 自家 酒造 (첫번째로 생산한 포도로 집에서 짠) 土産 와인을

팔고있다

유럽권에서는 호이리게(Heuriger)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호이리게(Heuriger)란 '금년에 새 포도주를 마시게 해줘서 감사드린다'는 어원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가격 또한 저렴한 편이다

술이 있는 집은 입구에 생솔가지를 걸어놓아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가 있다.

 

이집은 창가에 앉으면 바라보이는 마로니에(너도 밤나무)나무가 두고두고 기억나게 한다.

그날, 내가 비오는 창밖 마로니에를 내어다 보며 창가에 앉아있던 시간은

저녁 가로등이 켜지는 시간이어서 더욱 마음을 울적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이곳은 철 맞춰 호이리게(Heuriger)를 맛보며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고 간 명사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그 중 눈에 띄는 낯 익은 얼굴이 있다

배우 Alain Delon.

젊은 시절의 아랑드롱을 무척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하실의 멜로디><아듀 라미><태양은 가득히><부메랑><암흑가의 두사람>...

잘 생긴 외모와는 달리 암흑가와 손을 잡고 끝내 비극으로 생을 마감하는 우수깊은 눈매의 청년.

그도 1935년 생이니 어느덧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다

나는 수석메니저에게 그가 앉았던 자리를 안내해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운좋게도 그가 앉았던 자리였다며 창가의 마로니에가 보이는 자리를 안내 받을 수 있었다

나는 그가 젊었던 시절에 영화속에서 그랬듯 우수 깊은 얼굴로 술을 마시며 비 내리는 창밖 마로니에 나무와

하나 둘... 저녁 가등이 켜지는 것을 쓸쓸히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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