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여행자의 詩

바다로 간 두 男子의 이야기 III

Chris Yoon 2021. 11. 13. 02:25

 

 

밤 바다                황동규

 

 

내 찾아왔다, 밤 바다
세상일이 온통 지우고 싶은 파일(file)일 때
세상 끄트머릴 지지는
물소리를 찾아왔다.

 

이 세상은 그저 숨쉬기엔 너무 갑갑한 곳
흐린 밤이면 섬도 어화(漁火)도 물소리 밖으로 나간다.

 

아줌마가 서비스로 썰어 논 소라 조각을 씹으며
밤 배 하나라도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비치 파라솔에 수직으로 매달린 전등이 안고 있는
동그란 원
그 바깥은 온통
쉬임없이 흔들리고, 한없이 크고 괴기하고 캄캄하다.
바깥으로 한 발 내딛는다.
공기가 진해진다.
모르는 새 세상 안팎이 삶 앞뒤로 바뀐다.
또 한 발 내딛는다.
밤 배 두 척 두런두런 말 나누며 지나간다.

 

 

 

흐린날의 바다...

바다는 맑은날보다 흐린날이 더 좋다

차안에서 바라본 하늘은 흡사 우울한 재즈를 듣는듯하다

우리는 가져온 USB로 음악을 들었다

역시 바닷가에서 듣는 음악은 우울한 재즈가 제격이다

재즈는 연주할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그래서 Keith Jarrett의 연주를 들어보면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들린다

마치 섹스할때 내뱉는 작은 신음처럼.

우리도 차안에서 재즈를 들으며

작은 신음을 내뱉었다

 

 

 

영화속 마틴과 루디가 삶의 끝자락에서 가졌던 마지막 버킷리스트.

그저 바다를 보는것일 뿐이었지만 그들은 그 버킷리스트를 죽음에 다달아서야,

그것도 보드카의 힘을 빌려서야 이뤄 낼 수 있었다.

 

현실속, 우리의 몸속 깊숙이 잠복하여 우리의 건강을 헤치며

우리의 생명을 하루하루 갉아먹는 병마(病魔)가 우리를 놓아주는 날,

그날은 언제일까?...

 

 

 

李象國이 바다 저쪽에서 걸어 오고있다

건강해 보이는 사내.

대학시절에는 축구선수로 활약을 하기도 했었다

 

어머니에게 캐디락을 선물하고 싶다던 영화속의 마틴같은 사내는

자신과의 싸움을 하며 살던 젊은시절 한때에 공황장애까지 앓은적이 있다.

그리고 오늘 저토록 우뚝 서게 되었다.

 

 

 

 

두 여자와 동침해보는게 꿈이었다던 루디.

죽음의 결승선이 이미 코 앞에 다가온 이 경주에서, 무얼하든 탓 할 이가 누가 있을까?...

그 누구도 탓 할 이 없고 탓 할 수도 없다

바다를 보고싶다면 바다엘 가야하고, 두 명의 여자와 자고 싶다면 그렇게 해야한다.

 

우리는 살면서 한번쯤 일탈을 꿈꾼다.

그렇다고 그것이 거창한 것을 의미하는건 결코 아니다.

마틴과 루디처럼 그저 바다 한번 보는 것,

아니면 지리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작은 일탈들도 현실로 옮기기에는 벅차게 살아온게 사실이다.

 

감성의 유희를 갖고 태어나 그 감성대로 세상을 사는 사내,

영화속의 루디는 나 자신이 아닐까?...

 

 

 

마틴 : 루디... 할 말이 있어

루디 : 알아. 내가 먼저 얘기 할게... 이젠 두려울게 하나도 없어

마틴 : 우리는 지금 천국의 문 앞에서 술을 마시는 거야

루디 : 정말 우리는 구름 위에 앉아서 바다 얘기를 하게 될까?...

 

마틴을 대표하는 단어 데킬라, 담배, 여자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즉흥적이고 도발적인 성격으로 흡연과 음주를 일삼는

마틴 역의 틸 슈바이거는 Knockin' on Heaven's Door에서

각본, 제작까지 1인 3역을 맡아 명작을 탄생시켰다.

 

 

 

 

- 우리는 지금 천국의 문앞에서 술을 마시는거야.

세상과 작별할 순간이 다가오는데 그걸 못봤단 말이야?

 

- 정말이야. 본적이 없어...
 
- 천국에 대해서 못들어봤어? 그곳엔 별다른 얘깃거리가 없어. 바다의 아름다음과 바다에서
바라본 석양을 이야기할뿐이지. 물 속으로 빠져들기 전에 핏빛으로 변하는 커다란 공...

사람들은 자신이 느꼈던 그 가련함과 세상을 뒤덮은 바다의 냉기를 논하지.
영혼속의 불길만이 영원할거야 근데 넌... 별로 할말이 없겠다. 입을 다물고 있어야지
바다를 본적이 없으니까...소외감으로 겉돌꺼야.

 

- 그럼 안되지.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 천국에서는 바다 얘기만 해.... 우리 바다를 보러가자.

 

 

- 담배를 피우고 싶어.

영화속의 사내, 마틴처럼 李象國은 말했다

 

- 바다를 보니 흡연의 욕구가 생겼습니다

담배 두 대만 주시겠습니까?

 

나는 횟집주인에게 담배 두 대를 얻었다

 

영화속의 사내들이 데낄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듯

우리도 키득거리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영화속의 마틴과 루디가 같은 병실을 사용하지만 그 둘의 성격이 전혀 다르듯...

루디는 이미 골수암이 말기까지 진행되어 더이상 삶의 희망이 없음에도 건강을 챙기려는 모습을 조금이나마 엿보인다.

마틴은 그와 정 반대로 더이상 건강을 챙기는데 관심조차 보이질 않는다

그렇듯 서로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둘이지만, 우연찮게 병실에서 발견한 한 병의 보드카로 그 둘은 매우 가까워졌다

 

우리도 바다가 보이는 술집에 앉아 술에 취한체

피울줄 모르는 담배 한 개피씩을 피우며 이렇게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내일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