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여행자의 詩

바다로 간 두 남자의 이야기 IV

Chris Yoon 2021. 11. 13. 02:29

 

 

Booker T. Jones Knockin' on Heaven's Door

 

뇌종양 진단을 받은 마틴과 골수암 말기의 루디는 같은 병실에 입원한다.

시한부 판결을 받아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공통점 외에는 전혀 다른 성격의 두 남자.

단 한번도 바다를 보지 못한 루디를 위해 마틴은 그와 함께 바다로 향하는 생애 마지막 여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여행을 위해 그들이 훔친 차는 100만 마르크가 들어있는 악당들의 스포츠카였던 것.

뜻밖의 돈을 얻게 된 이들은 천국의 문턱에서 그들이 평소 하고 싶었던 소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악당과 경찰의 추격 속에 그들의 여행은 위태롭게 흘러 가는데…

15년 만에 스크린에 재현된 90년대 최고의 명작과 20세기 최고의 음악!
생의 마지막 순간, 천국을 향한 두 남자의 뜨거운 여행!

 

 

 

 

- 너, Saxophone 잘 불어?

- 조금."

- 나한테 저녁에 Saxophone 좀 불어줘.

- 뭘로?"

- '빛과 그림자'나 '戀人의 길', 뭐 그런거...

 

밤에 듣는 Saxophone소리는 왠지 쓸쓸하고,

감상적이고,

애수가 가득 묻어날것 같았다

 

그 밤, 내가 샤워실에서 물소리를 내며 샤워를 하는동안

李象國은 나즉하게 Alto Saxophone을 불어주었다

결코 서두루지않고, 감정에만 사로 잡히지도 않고

비교적 차분하고 나즉한 그의 Alto Saxophone 소리는

내가 샤워를 하는 욕실까지 파고 들었다

 

 

 

 

새벽, 바람소리에 잠을 깼다

창밖은 아직 푸른기운이 맴도는 한밤중인데 바람소리가 거세게 유리창을 흔든다

새어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에 손목시계를 보니 새벽 4시 30분.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이 재빠르게 지나가고

아래를 내려다 보니 나무들이 저마다 머리를 풀어 헤치고 울부짓고 있다

태풍이 오려나보다

설악의 골짜기에서 듣는 바람소리

왠지 가슴이 메워온다

젊어서 객지를 떠돌며 여인숙에서 듣던 바람소리는

오기가 충동하며 맞대항하고 싶었다

그러나 오늘 듣는 바람소리는

이제는...

함께 떠나고 싶은 바람소리다

 

 

 

 

바람속으로 李象國은 조용히 문을열고 나갔다

나는 자는듯, 문을 열고 나가는 그를 보았다

마치 몽유병자같은 그의 조용한 움직임.

나는 그가 나가자 일어나 유리창에 나의 알몸을 대고 열을 식혔다

불란서의 시인들은 봄철, 꽃가루 병이 돌면서 신열이 오르면 유리창에 뜨거워진 이마를 대고 열을 식히며

詩를 썼다고 한다

나도 뜨거워진 몸을 유리창에 대고 온몸의 열을 식히느라 한동안 서있었다

 

 

 

 

아침이 밝고

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

Golf를 마친 李象國이 돌아왔다

우리는 숙소를 나와 아바이마을로 갔다

남루한 이야기들이 깔려있는듯한 어둡고 적막한 동네를 배회했다

나는 이런 분위를 잘 알고있다

어린시절, 잠시 이런 동네에서 성장을 했던 기억이 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도 갈 곳이 없어져 이곳, 저곳을 떠돌았다

그때, 흙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 하루종일 누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그 흙담에 가만이 서서 기대어본다

도란도란 안에서는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아침부터 다시 저녁이 오고

저녁부터 밤이 이슥하고

다시 날이 밝아도

고여있는 늪처럼 조용한 마을.

야간업소들의 흐린 불빛들만 희미하게 조는듯

눈 먼 여행객들을 손짓하며 유혹하는곳

 

밤바다

그 작은 출렁거림에 불빛도 작게 출렁인다

 

 

 

 

 

그 정도의 출렁거림으로는 나를 유혹할 수가 없다

 

사람들을 가득 싣고 온 갯배가 왔다가 사람들을 풀어놓고

한동안 또 손님을 기다리더니 빈 배로 떠났다

 

어둠속으로 갯배가 떠난 자리에 앉아본다

값싼 밤의 여자를 불렀다가 서로 눈이 맞질않아 되돌려보낸 느낌.

그렇게 그저 망연히 앉아 시간을 보냈다

그다지 아까운 시간도 아니고, 특별히 시간을 다툴 필요도없어

이렇게 스스로 하루를 보낸것이다

 

象國이가 피곤하다며 숙소로 돌아가자고 한다

나도 숙소가 그립다

 

 

 

 

예고했던대로 영화의 중간,중간 마틴의 발작은 지속적으로 계속되고

바닷가에서 데낄라 술을 나눠 마신후 잠이들듯 쓰러진다

마지막 8분, 영화의 크라이막스가 고조되면서 주제곡이 대사없이 흐른다

그 숨을 쉴 수도 없이 바라보던 마지막 8분.

바람이 부는 시퍼런 바다.

새벽에 내가 보았던 하늘빛과 닮았다

그들은 바다를 보고 죽지만

李象國과 나는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내일부터는 '바다로 간 두 남자의 이야기'에서

잊을 수 없는 연관詩와 음악들이 세부적으로 오를 예정입니다

많이 봐 주십시요

 

- Chris Nicol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