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여행자의 詩

바다로 간 두 男子의 이야기 II

Chris Yoon 2021. 11. 13. 02:18

 

 

 

"바다를 본 적이 없다...

그럼 뛰어! 시간이 얼마 안 남았거든.

우리들은..."

 

 

차를 몰아 설악의 골짜기로 들어갔다

노루목을 지나 권금산장이 올려다 보이는 마즌편엔 언제부턴가 큰 미륵불이 들어앉았다

때맞춰 불공을 드리는 스님 뒷전에 서서 나도 합장을 하며 기도를 한다

 

아직도 이나이에 정염의 불길은 사그라들질 않고

五欲七情이 넘실대다니...

 

 

 

설악에 오면 가슴을 짓누르며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노루목을 넘어오면서 부터 떠오르던 사람

눈이 많이 내리던 해였다

알프스 등반을 앞두고 산악훈련을 나갔던 형이 조난을 당했다

라디오 뉴스를 들으며 그저 망연히 서있었다

설악에서 눈사태를 당한 형의 시신을 찾았을때,

형은 평소 잠버릇처럼 옆으로 누워서 잠을 자는듯했고

머리맡에는 카메라가 있었다

형은 노루목에 묻혔고

사진기 속의 사진들은 형의 유작전으로 쓰였다

그후, 형은 자신이 못간 길을 나에게 인도를하듯

나는 형의 인생을 대신 살아왔다

그의 아픔까지도.

 

* 그후, 노루목에 묻혔던 알피니스트들은 노루목에 길이 나고 동네가 들어서면서

이장되었다

 

李象國이 몸 한 구석이 시원칠 않다며 산행을 하지 않겠단다

나도 그냥 산 아래 부분을 맴돌다 돌아가기로 했다.

영화속에서 그들이 정말 바랬던 버킷리스트는 둘 다 '바다를 보는 것'이었을 것이다

수 많은 위기를 겪었던 우리가 '바다를 보는 것'은 그리 힘든 꿈이 아니었다.

보고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한번쯤은 이룰 수 있는 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아가노라면 그마저 하기 힘들때가 있다 거창하지 않은 꿈, 지금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해볼 수 있는 그 꿈들은 자신들의 삶의 마지막 꿈으로서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우리들의 버킷리스트는 우리의 마음에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 그리고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 가져보는 그러한 꿈들, 역시 루디와 마틴의 마지막 버킷리스트와 다를바 없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본 계곡에 수많은 반짝이는 동전들

저 돌확에 동전을 던져넣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단다

사람들은 저마다 무슨 소원이 있어 저토록 많은 동전을 던져 넣으려 했을까?...

그러나 돌확속에 들어간 동전보다 밖으로 튕겨져나간 동전이 더 많다

그대들이여,

행복을 먼 곳에서 찾으려하지 말아라

행복이란 가까이 그대들 마음속에 들어있다

누군가 보고싶다가 그 사람을 보았을때 가슴이 용솟음치고 희열을 느꼈다면

그것이 곧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 아니겠는가?

 

 

 

특별출연을 해서 보스 두목으로 나왔던 '룻거 하우거'가 그들의 처지를 알고 놓아주며 했던말,

 
"자네들 문제를 알고 있지? 계획은 세웠나? "
"네, 바다에 갈겁니다.... 한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거든요..."
"바다를 본 적이 없다... 그럼 뛰어! 시간이 얼마 안 남았거든.
 
천국에서는 주제가 하나야. 오직 바다 뿐이지... 노을이 지는바다...

불덩어리가 바다로 녹아드는 모습은 장관이야...

그러나 유일하게 남아있는 불은 촛불같은 마음 속의 불꽃이야....."

 

그러고 보면, 우리는 진정 우리가 하고싶은것들을 수 많은 이유와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룰때가 많다.

어차피 못할거라고, 어차피 안될것이라고 말이다.

그렇지만 혹시 또 아는가?

마틴과 루디에게 마지막에 도움을 줬던 보스같은 사람이 우리의 인생속에서, 우리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지...

 

나도 뛴다.

바다를 향해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듯하다

 

 

사진 / 동해바다는 군데군데마다 바다와 어항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카메라의 앵글을 대는곳마다 좋은 풍경사진을 얻을 수 있다

지금 보이는 어항도 작은 방파제가 가로놓이고 그 위에 두 개의 등대가 있는 작은 어항이다

나는 바다를 향해 뛴다. 못내 바다가 그리웠기 때문에.

그런 모습들을 李象國은 놓지지않고 모두 카메라로 잡고 있었다

 

 

 

천국에 대해서 못 들었나?
그곳엔 별다른 얘깃거리가 없어
바다의 아름다움과
바다에서 바라본 석양을 얘기할 뿐이야
물 속으로 빠져들기 전에 핏빛으로 변하는 커다란 공...
사람들은 자신이 느꼈던 그 강렬함과
세상을 뒤덮는 바다의 냉기를 논하지
영혼 속의 불길만이 영원한 거야

천국에는 주제가 하나야
바다지
노을이 질 때...
불덩어리가 바다로 녹아드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지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불은
촛불 같은
마음속의 불꽃이야

내일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