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禪 Series II / 여승 (女僧)

Chris Yoon 2021. 11. 10. 03:10

 

 

여 승               송수권

 

 

어느 해 봄날이던가,

밖에서는 살구꽃 그림자에 뿌여니 흙바람이 끼고 나는 하루 종일 방안에 누워서 감기를 앓았다.

문을 열면 도진다 하여 손가락에 침을 발라 가며 장짓문에 구멍을 뚫어 토방 아래 고깔 쓴 여승이 서서 염불 외는 것을 내다 보았다. 그 고랑이 깊은 음색과 설움에 진 눈동자 창백한 얼굴 나는 처음 황홀했던 마음을 무어라 표현할 순 없지만우리 집 처마 끝에 걸린 그 수그린 낮달의 포름한 향내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너무 애지고 막막하여져서 사립을 벗어나 먼 발치로 바리때를 든 여승의 뒤를 따라 돌며 동구 밖까지 나섰다.

여승은 네거리 큰 갈림길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뒤돌아 보고 우는 듯 웃는 듯 얼굴상을 지었다.

"도련님, 소승에겐 너무 과분한 적선입니다." "이젠 바람이 찹사운데 그만 들어가 보셔얍지요."

나는 무엇을 잘못하여 들킨 사람처럼 마주 서서 합장을 하고 오던 길로 되돌아 뛰어오며 열에 흐들히 젖은 얼굴에 마구 흙바람이 일고 있음을 알았다.

그 뒤로 나는 여승이 우리들 손이 닿지 못하는 먼 절간 속에 산다는 것을 알았으며 이따금 꿈속에선 지금도 머룻잎 이슬을 털며 산길을 내려오는 여승을 만나곤 한다.

나는 아직도 이 세상 모든 사물 앞에서 내 가슴이 그때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으로 넘쳐흐르기를 기도하며 시를 쓴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전해지려고 꿈자리가 예사롭지 않더니 새해 첫 날부터 스님이 찾아오셨다

시대의 조류에 맞게 오신 방법도 블로그에 선연한 발자취를 남기고 가셨다

그님의 발자취를 더듬어 따라 가봤다

경남 고성 연화산 구룡사 주지, 효전스님.

- 경남 밀양출생, 만석군 항일 독립운동가이신 감영생선생의 손녀 딸

- 19세의 나이로 양산 내원사 입산 출가.

- 봉녕 승가대학 졸업

- 선방참선 10안거 성만

- 현재 고성 연화산 대한불교 조계종 구룡사 주지

- 2012 한국문학정신 가을 46호 수필 등단작가

- 한국문학정신 수필 부분 신인 문학상 수상 (2012년)

- 대한민국 문화 포럼 선진 문학상 수상 (2012년)

- 한국문학정신 문인협회 정회원, 들뫼문학 동인

- 불교문예 정회원 인터넷 검색을 통해 몇개의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스님의 블로그에 있는 일기를 보면 TWitter에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한 것도 있고

늦은 밤, 달빛 아래를 걷다가 그날의 短想을 정리한 것도 있다

그런데 그 글들이 古僧들의 전통을 내림받은 것이 아니고 현 세대를 살아 나가는 현대인답게 무척이나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다

現世에 대한 비평도 거침없이 예리하다. 또한 스님의 블로그에는 승가대학시절 부터 가끔씩 찍은 기념사진이 몇 장 있는데 그 사진을 보면 빼어난 미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스님에게 이런 표현 괜찮을라나?...)

윗 사진도 그중 한 장인데 맑고 총명한 모습이 흡사 겨울 바닷가에 갓피어난 白동백같이 아름답다

어린시절, 타고나기를 命이 짧아 할머니 손에 이끌려 부처님께 귀의하며 스님의 자식으로 입적된 나는 세상에서 밀려나 心身이 사막화되면, 그때마다 스님이 찾아 오셨다

그리고 스님이 다녀 가시면 홀연이 일어나 털어버리고 또 다른 生을 찾았었다

효전스님, 이제 이 나이에 나의 평생 도반(道伴)으로 삼으라는 부처님의 뜻으로 오신 분.

아제아제바라아제(揭諦揭諦波羅揭諦波羅僧揭諦菩提娑婆訶)

깨달음을 얻게 하였으면 마음의 평화와 피안(彼岸)의 문도 함께 열어 주십시요.

Chris Nicolas

 

 

* 도반(道伴) : 함께 불도(佛道)를 수행하는 벗으로서, 도(道)로서 사귄 친구

* 아제아제바라아제바라승아제보리사바하 (揭諦揭諦波羅揭諦波羅僧揭諦菩提娑婆訶) :
산스크리트로 '도달한 때, 도달한 때, 피안에 도달한 때, 피안에 완전히 도달한 때 깨달음이 있나니, 축복하소서!'라는 뜻을 가진, 온갖 고통을 다 진정시켜준다고 간주되는 주문(呪文)

 

* 피안 (彼岸 )저곳이라는 뜻으로 열반을 비유한 말.

생사의 바다를 건넌 깨달음의 해안. 이상의 세계. 이상의 경지. 깨달음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