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人 高 銀 (1933.4.10~ )
가을편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흩어진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날 헤매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편지와 高 銀선생의 추억
아주 오래전, 내 나이 스물 아홉살 적의 이야기다
그때 나는 갓 입사한 신입사원으로 회사로 부터 Lica 카메라를 넘겨받고 낮에는 사보를, 밤이면 회장님의 수행비서로
바이어 접대장소를 따라 다니며 회사기록 사진을 담당하고 있었다.
사보에 명사칼럼을 게재하면서 고은선생의 '가을 나그네'라는 원고를 받느라 당시 화곡동에 살고계신 선생의 댁을
드나들었다.
그보다 이전에 고은선생과의 인연이 있었음을 이야기 해야겠다.
어려서부터 命이 짧다하여 할머니 손에 이끌려 충청도 어느 암자의 주지승과 인연을 맺어 그를 아버지로 모시는 팔자를 타고났다,
그 후 命줄을 이었는지 몰라도 그럭저럭 중년을 넘기고 살면서 어린 시절의 그 일이 마치 火印처럼 남아 산행을 다니면서도 절을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하는 중생이 되었다
이야기는 내 중학시절로 뛰어 넘는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에 가정적으로 불만이 많았다. 그럴적마다 공부고 뭐고 다 때려 치우고 중학과정만 마치면 다시 암자로돌아 가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그때 내가 우연히 읽은책이 고은 선생이 파계를 하고 처음 쓴 <彼岸櫻 / 피안앵> 이었다.
* - 피안앵(彼岸櫻, 고단한 현실의 강 저쪽에 존재한다는 안락한 고향, 즉 극락을 떠올리게 한다는 꽃을 의미하는 말로 옛날엔 절에피는 벚꽃를 두고 피안앵(彼岸櫻)이라고 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그 어려운 불가 소설을 몇번인가 읽으면서 마음을 바로 잡았는데 그 후 고은선생은 세상에 알려지며 명사(名士)가 되었고 나는 성장하여 그의 원고를 받으려 그의 집을 방문한 것이다.
화곡동의 고즈넉한 동네에 위치한 마당이 딸려있고 감나무가 있는 낮은 가옥, 그곳에 고은선생은 살고 계셨다.
마루부터 방까지 쌓여있는 책들, 그리고 이불을 돌돌말고 앉아 앉은뱅이 밥상을 앞에 두고 원고를 쓰는 선생은 항상 방문 할적마다 부시시하게 일어나 앉은 내복바람이었다.
그리고 옆에다 항상 청주병과 잔을 두고앉아 홀짝거리며 마시다가 내가 들어서면 한 잔씩 건네 주셨다.
그리고 취기가 오르면 " 야, 尹가야. 노래 하나 해라." 하고 지그시 눈을 감고 들으셨다.
그럴때마다 고은선생이 쓰신 <가을편지>를 불러 드리면 "참 좋다. 참 좋아..." 하시며 흥에겨워 하셨다.
그러다가 "에잇, 나가서 한 잔 하러가자." 하고 옷을 주섬주섬 입고 마당으로 나오면서 한참씩 가을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아! 비릿한 가을냄새가 나는구나."라고 하셨다.
그의 집에는 시계가 없었다. 마당에 놓아 기르는 닭들의 울음으로 시간을 알려 준다고 했다
* 사진설명 / 上. 내가 산책하는 O.L.Park의 풍경.
아침 산책길에 혼자 자전거를 타고나와 편지를 읽으며 앉아있는 여인에게 이끌려 촬영을 했다
下. 내 모습이 저토록 젊다 못해 어려 보이니 선생의 나이는 당시 40중반 이었던걸로 미루어 생각된다
그때 나는 그를 아버지라고 불렀었다
- Chris Nicol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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