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Life story

새벽 가을비

Chris Yoon 2021. 11. 3. 03:05

 

 

새벽 가을비 속에 산사 법당의 처마끝이 아련하게 보이는데

 

그대, 아직도 나 그대를 하루도 잊은적 없습니다

 

 

 

Chris Nicolas

 

 

 

 

 

 

Rainy Day

 

새벽 빗소리에 잠을 깬다빗소리...아직 날이 새려면 멀었는데 일어나 커텐을 연다

푸른 새벽을 뚫고 내리는 비가 유리창에 부딪치며 방울져 내린다차들이 드문드문 미등에 빨간불을 켜고 달려가고...

 

 

푸른 신호등을 기다리며 서있는 사람...

살아간다는 것은 어짜피 기다림의 연속이다카메라를 찾아든다

노출이 아직 어두우니 30분의 1초까지 흔들리지 말아야지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마치 쟈코메티의 조각,' 서 있는 사람들'같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던가?...비 오는 날도 나는 쟈코메티를 떠올린다

 

 

바람이 분다

검은 우산 하나가 걸어간다. 느릿느릿...

마치 오래전에 본 영화의 영상같다

쟈끄 드미 감독의 쉘부르의 우산...

 

 

창가에 있는 심장을 닮은 작은 화분 두 개

정식 이름이 호야케리(Hoya kerrii)라고 했던가

보통 부를때는 하트선인장, 또는 큐피트러브라고도...
태국, 캄보디아가 원산지인데, 선인장처럼 생겼지만 선인장은 아니고 박주가리과에 속하는 덩굴성 식물.

줄기가 덩굴져서 자라다가 늦은 봄에서 이른 여름에 걸쳐아름다운 꽃이 핀다던데...
그런데 저 두 녀석은 꽃이 피긴 틀렸다
잎을 꺾꽂이해서 우리집에 왔으니...지루한 사랑.

 

 

젊은시절엔 사랑이 하나도 지루하지가 않았었다

지루하긴,... 오히려 폭풍우처럼 힘들고 격정적이었지

그러나 이제와서 다시 그런 사랑을 할 수가 있을까?...

빗 속으로 지난 세월이 멀어져 간다

사람은 늙었는데 추억은 젊은 날 그대로 남아있다

 

 

차 들이 일열로 주차해 있다

내 사랑도 저토록 정돈 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젊은시절엔 무엇 하나 정돈 되어 있질 않았었다

내 사랑의 싶패는 그것이 제일 큰 원인이었다

 

 

가을 비는 낙엽을 떨어뜨린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가을은 한층 더 깊어지고 낙엽은 속절없이 떨어 지리라

머잖아 앙상하게 가지만 남겨질 나무들

 

 

밤마다 저 광장을 내려다 보며 불면에 시달렸었다

늦은 새벽까지 저 광장을 내려다보며 늦게까지 들어오는 차들을 세어보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홀연히 집을 나가 집을 잃어 버릴 정도로 취해서 돌아왔었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리라

가을, 뭐 별거더냐? 내년에도 또 오는것인데...

 

- Chris의 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