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Life story

가을의 멀미

Chris Yoon 2021. 11. 3. 03:48

 

가을이 깊다.
허기를 메우려 서있는 가스렌지 앞에서
내려다 보이는 아파트 광장이
앓고난 얼굴처럼 휑하니 수척하다
小菊을 꺾어다 와인잔에 꽂아 주방 창가에 두었다
쌀을 씼느라 내두르는 작은 미동에도
그 향기가 진동을 한다. 가을...

 

 

바람도 없는데 낙엽은 우수수...쏟아진다
하늘에서 쏟아진 별들이 잠기듯
낙엽들은 고여있는 물속으로 잠긴다
낙엽들이 물속에 잠기니
물 속에 또 다른 나무가 서있다

 

 

낙엽쌓인 길을 걷다...
그 낭만적인 언어가 이젠 듣는 사람에겐 유치할 정도로 신파가 되었다
인터넷의 범람과 시인들의 유행가 같은 詩,
그 詩들이 판을 치는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들...
너무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 하다더니

그러나, 낙엽쌓인 길을 걸으면 여전히 좋은건 사실이다
가을 멀미... 나는 멀미를 자주 한다
하늘이 높고 파랗거나, 낙엽이 쌓인길을 걸으면
현깃증과 구토가 난다
가을의 멀미다

 

 

 

 

숲속에 빈 의자 하나 있다

아무도 앉지않아 녹이 슨 낡은 의자.

여름내 그곳을 찾아가 책을 읽다가

날이 어둑해져서야 돌아오곤 했다

책을 읽으면서도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까지 귀 기우렸다

때론 나무가지에 맺힌 작은 열매 하나 툭 떨어져도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다

 

그 빈 의자에 낙엽이 진다

세월은 그렇게 속절없이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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