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가을산에 내가 와 있다
아직 설익은 단풍이나
산 입구에 늘어선 가로수가 아니라
무엇을 찾아 헤매고 있는지도 모르는
커다란 느티나무 같은 자아를 만나러
또 다른 내가 가을산을 찾았다
나는 시가 무엇인지
한참을 얘기한 것 같은데
한마디도 써내지 못하였다
그런데 어둑해지는 땅거미를 업고 앉아
아, 산은 그 순간에도 시를 읊고 있구나
어떤 이는 시가 어렵다는데
산은 그리 어렵지 않은가 보다
거연遽然히, 시가 쓰이지 않는 날에는
고뇌에 찬 가슴을 움켜쥐고
시린 마음에 고인 눈물
뚝뚝 흘리지 말고
가을산에 올라 산이 되어라
시에 감흥되어
벌겋게 취해 가는 가을산이 되어라
가을이 멀리서 온 길손처럼
어느새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산에 올라 가만이 귀 기우리면
건너편 산등성이로 부는 바람소리,
한 잎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먼 사막에 새벽이슬이 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물은 한층 더 맑은 소리를 내고
하늘은 더 높아진듯 합니다.
멀리서 들리던 종소리도 더 가까워진듯 하고
여름을 보낸 철새들도
먼 길 떠날 준비를 하는 울음을 웁니다.
하루종일 짧은 햇살을 쬐며
산등성이에 앉아 건너편 산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신림동 서울대입구 방향에서 관악산을 오르다
어느정도 올랐다 싶어 좌측으로 길을 가면 관악산으로 계속 오르게 되고
우측으로 오르면 삼성산으로 오르게 됩니다.
관악산보다는 조금 낮은 편이어서 한눈에 관악산을 바라 볼 수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타워가 관악산 연주대입니다.
- Chris Yoon -
이제 양지 바른 벽에 기대어 앉아
그냥 하늘이나 바라보는 그대에게
뭉게구름 한아름을 만들어 보냅니다.
- Chris Nico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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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볕이 많이 짧아졌습니다.
삼성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안양에 위치한 삼막사에 들렸습니다.
구름 사이의 하늘은 물감을 풀어 놓은듯 파랗고
절 마당의 고목들은 몇 장 안남은 마른잎들을 떨구어 내는데
양지바른 벽에 공양스님이 걸어놓은 시래기들이
서걱거리며 마르고 있습니다.
잠시 양지 바른 벽에 기대어 앉아 默想에 들어보았습니다.
삼성산에 오를때는 서울대 입구에서 오를 수 있으나
하산할때는 안양 방면으로 내려올 수 있고
하산길에 삼막사라는 절에 들려 오시는 것도 괜찮을듯.
삼막사는 서향으로 자리를 잡아 오후의 햇볕이 잘 드는 절입니다.
햇살 기우는 절 마당을 쓸쓸히 거닐며
절에서 기르는 백구(흰 개)와 默言을 나누어 보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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