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첫날이다.
우리는 길고도 혹독한 추위를 견디어냈다.
추위가 온다고 또 그렇게 길고 매섭진 않으리라.
겨울동안 베란다에서 공을 드린 꽃나무들이 모두 얼어죽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지인이 소식을 보내왔는데 그 분도 이번 겨울에 오랫동안 길러온 화초들을 모두 얼려죽였다한다.
어쩌랴, 살다보면 자식도 잃고 평생 가슴 앓이를 하며 모든게 '신의 뜻'이라고 자위를하며 사는 나이가 된것을.
달력을 보니 이틀 후면 '입춘', 중순경에 '우수'가 들어있다.
그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江물이 풀리고있다.
아주 오래전, 양평 두물머리에서 뗏목을 띄우면 마포나루까지 떠내려와 나무와 곡식외 물품들을 내려놓았다 한다.
양수리의 나루터에서 시작하여 물길의 종착지인 서울 뚝섬과 마포나루를 정착지로 매우 번창하였던 시절이었다.
그러다가 팔당댐이 건설되면서 육로가 신설되자 쇠퇴하기 시작하여, 1973년 팔당댐이 완공되고 일대가 그린벨트로 지정되자
어로행위 및 선박건조가 금지되면서 나루터 기능은 정지되었다.
나는 뚝섬에서 철교를 건너본다.
긴 겨울동안 강도 얼어붙었다.
이곳, 백사장에서 여름이 되면 서울시민들이 찾아와 수영을 했다면 누가 믿을까
그러나 지금은 인공 수영장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970년초, 서울에 아파트붐이 시작될 무렵, 나는 동부이촌동에 처음 들어선 아파트에 얹혀 살며 학교를 다녔다
그때 한강물을 보려고 강으로 나오면 모래밭이 넓게 펼쳐져있었고 그 모래밭을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강물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아파트가 온통 서울을 뒤덮으며 한강 모래를 파서 건축을 시작하자 한강은 세계에서 몇째 안가는 넓은 강이 되었고
강에 존재하던 크고 작던, 저마다 이름이 붙어있던 모래섬들은 없어진후 다시는 재생되지 않고 있다.
뚝섬에서 바라보니 잠실이 흡사 미국의 맨허턴처럼 그 위용을 자랑하며 서있다.
이제 나는 저곳에서 그동안 내 걸어온 길을 마치려한다.
그 땅들, 그 강이 얼어있다.
양수리부터 뚝섬까지.
- Photo, Copy ::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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