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국내여행

Winter travel - 강원도 삼척 신남리

Chris Yoon 2021. 10. 25. 09:26

 

버스 타고 가다 방파제만 바다 위에 덩그러니 떠 있는
조그만 어촌에서 슬쩍 내렸다.
바다로 나가는 길은 대개 싱겁게 시작되지만
추억이 어수선했던가
길머리를 찾기 위해 잠시 두리번댔다.
삽십 년쯤 됐을까, 무작정 바닷가를 거닐다 만난 술집
튕겨진 문 틈서리에 새들이 둥지를 튼
낡은 해신당 아래 있었다.
저쯤이었나?
나무판자에 유리도 없이 뚫어논 사각 창에
섬 하나 떠 있고
섬 뒤로 짧고 분명했던 수평선과 식힌 소주
생선 맨살과 주모의 낮은 말소리
그리고 이 물소리가 좋았다.
바다의 감각이 몸부림치며 바위에 몸을 던져
몸부림을 터는
터는 듯 다시 몸을 던지는 소리
다른 아무것도 안에 들이지 않고
저물던 바다의 실루엣
원근 따로 없이 모두 한가지로 저물었다.
바로 이쯤이었지?
술집 사라지고 해신당 걷히고
나무 쪼가리 하나 보이지 않는 바위 사이로
물소리만 철썩이고 있었다.
머뭇거리자 부근 어디에 사는 물샌가
보이지는 않지만 꽤 똑똑한 소리로 끼룩댔다.
더는 없어
'더 물소리'는 없어

- 황지우의 '물소리' 全文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유독 갯바위가 많은 아름다운 바닷가가 있는데

이곳이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갈남리이고 이곳에는 해신당이 있다

또한 장호항에서 갈남항 까지의 거리 1.6KM 가운데 유일하게 아침식사가 되는 곳이 해변 끝 공원 올라가는 길 잎에 '횟집 - 해뜨는 집'이라고 있다

시인은 이 시를 그저 지어낸 시가 아니라 이곳을 실제 여행하며 쓴 듯하다

벌써 오래전의 여행일기를 들추며 이 글을 찾아냈다.
그때 황동규 시인의 '물소리'를 읽고 찾아갔던 삼척 해신당이 있는 바닷가,
그러나 시인이 들었던 해신당 바닷가 술집은 없었다.

나는 이번 여행중에 또 다시 Andy와 삼척 해신당 아래 바닷가를 찾았다.
Andy의 말에 의하면 바위에 부서지고, 바위를 덮치며 밀려드는 파도 물살이
제일 아름다운 곳이란다.
그것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해신당엘 올라야 한다는데
이런,... 오는날이 장날이라고, 해신당이 휴일이다.
Andy와 나는 오징어 막장을 배회하다가 신남리로 발을 옮겨 촬영을 하기로 했다.

 

 

 

Winter travel 강원도 삼척 신남리에서

 

 

저기 저, 사람은 누구일까?

하루종일 바다를 향해 눈을 떼지않고 셧터를 눌러대는 사람.

먼 곳에서 파도가 밀려오면 숨을 후- 들이마셨다가

밀려온 파도가 갯바위에 부딪치고 깨지며

하얀 거품을 물고 돌아서는 모습을

묵묵히 찍어내고 나서야

한숨같은 숨을 후- 하고 내밷는 사람.

- 윤필립의 ' 포토그래퍼'

 

 

 

내 寫友 이야기를 해야겠다.

내가 처음 그를 알게된것은, 순전히 그가 찍어낸 바다 사진 한 장을 보고그를 만나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그가 바다에 밀려드는 파도를 장타임으로 시간을 주며 물의 흐름을 잡아낸 사진을 보고 무척이나 나는 가슴 설레였다

내가 그를 찾아내어 만난 후, 그는 나와 여행을 다니며 무거운 삼각대와 몇 대의 카메라와 렌즈들을 가지고 다니면서

마치 시간의 흐름과 같은 물의 흐름을 잡아내곤 하는것을 보았다

나는 그가 말없이 바다를 향해서서 하루종일 긴 작업을 할때마다 마치 그가 시간을 흐름을 찍어내는듯 하다고 생각했다.

맨 윗 사진은 Andy가 작업하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다 내가 찍은 것이다.

그리고 아래, 그날 찍었던 Andy의 사진을 몇 장 공개한다.

멀리 수평선에서부터 밀려오는 파도를 가늠하며 초(TIME)와 렌즈의 선택, 그리고 물살의 세기를 계산하는 그는

내가 볼 적엔 무척이나 지루한 자신과, 혹은 바다와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고독하게 돌아서서 오늘도 그는 바다를 찍는다.

- Photo :: Chris Yoon, Andy Lim (강원 삼척 신남리 바닷가에서 촬영)

- Copy :: 윤필립(尹馝粒)

 




- Photo :: Chris Yoon
- Poem :: 황지우의 '물소리'
- Music :: [Dan Gibson]
Guitarscapes The Best of Solitudes 중에서 8번 트랙 Desafinado 7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