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 푸르던 젊은 날에는
가난에 사랑도 박탈당하고
역마살로 한 세상
떠돌았다
걸음마다 그리운 이름들이 떠올라서
하늘을 쳐다보면
눈시울이 젖곤했다
생각하면 부질없이 나이만 먹었다
그러나 이제 나 알겠다
그리운 이름들은 모두 구름 걸린 언덕에서
키 큰 미루나무로 살아간다는 것을
그대, 바람이 불면 들리는가?
그대 이름 나지막히
부르는 소리가...
이외수 詩畵 中에서
몇일째인지 날씨가 계속 흐리다 역마살이 도졌는지 또 어딘가 떠나고 싶어 안절부절이다
떠나고 싶으면 떠나야지...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여 베를린, 프라하, 부다페스트, 비엔나, 짤츠부르크, 체스키크룸로프,
로텐부르크... 생각만 해도 시들었던 화초가 물을 머금듯 생기가 돈다
가을은 사람을 못 견디게 하는만큼 잔혹하기도 하다
깊은 잠이 들었는데 악몽을 꾸기도 한다
밤새 꿈속에서 몇십년 전을 거슬러 올라가 힘든 삶을 살다 깨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다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던 것을...
몸서리 쳐지는 젊은시절의 치열했던 삶.
그게 다 내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지키려던 투쟁이 아니었던가
다 그만두자. 이제와서 곱씹어 무엇을 한단 말인가
그들이 퇴락하여 무너진지 오래고 이렇게 떳떳이 내가 존재하는걸
사진설명 / 지난번 여행길에서 아들아이가 찍어준 것,
떠나가는 기차를 찍었는데 유리창에 우연히 비친 내모습이 담겼다
그것도 아주 딱 맟춰 꼭 들어갈 자리에...
우연찮게 일이 풀리려면 그런가보다.
앞으로는 모든게 잘 풀려 나가겠지.
Chris Nico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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