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독자였다
끊을 수 있으면 끊어봐라, 사랑이 큰소리쳤다
네 이름에 걸려 번번이 넘어졌다
공인된 마약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문 앞을 서성이다 어두운 골목을 걸어나오면
목덜미로 빗물이 흘렀다
전봇대를 껴안고 소리치면
빗소리가 나를 지워버렸다
늘 있었고 어디에도 없는, 너를 만지다가
아득한 슬픔에 털썩, 무릎을 꿇기도 했다
밤새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데도 닿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너에게 감염된 그때, 스무 살이었고
한 묶음의 편지를 찢었고
버릴 데 없는 슬픔을
내 몸에 버리기도 하였다
- 마경덕의 '슬픔을 버리다' 全文 -
윗 詩를 읽을때마다 수십년 참고 눌러왔던 슬픔이 다시 고개를 든다
사랑에 실패한 나는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하루종일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다녔다
그리고 자정이 넘어 늦은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골목길에 내려 낮에 마신 술을 모두 토해내고 들어갔다
방안으로 숨어들듯 들어가 모든 소리나는 음향기기들을 켜놓았다
그리고 벽을 타고 묺어지듯 내려 앉으며 속으로 흐느꼈다
그 이후, 잠을 못 자는 날이 많아졌다
아무리 낮에 고달프게 일을 해도 밤에는 불면이 찾아왔다
벽장안에 독한 술을 숨겨놓고 조금씩 마시며 잠을 잤다
그러기를 일년...스스로 병원을 찾았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복수를 꿈 꾸었다.
떠나간 옛애인이 내 앞에 나타나 무릎을 꿇고 나의집 구석구석을 걸레질 하는...
그래도 사랑은 아름다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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