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Paris
안녕하십니까?
지금쯤 그곳 서울에도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리겠군요.
충무로 골목길에서 서성거려 본 적이 있으신지요?
행인들의 발자욱 소리, 바람 부는 소리. 그리고 가끔씩 들려오는 수런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오랫동안 기다림을 가슴에 안고 서성거려 본 적이 있으신지요?
가을이 깊어지면 가슴이 바스락 거리며 타 들어가는 소리도 커집니다.
'샤를르 아즈나브르'의 '거리모퉁이의 눈동자'라는 노래, 지금도 기억하십니까?
지금부터 꼭 15년전, 김P.D.께서 '시간의 흐름속에'라는 프로에서 자주 선곡했던 노래...
그노래를 들으며 나는 또 얼마나 가슴 두근거리며 거리를 배회했었던가요?
먼지 날리는 어느 길모퉁이를 걷다가 혹시라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다려졌던 얼굴...
을지로 입구부터 명동성당 골목까지 거리 모퉁이마다 눈길을 주었던 추억이있습니다.
저는 얼마전 리옹역에서 내려 파리지엥으로서 열심히 생활을 하고있습니다.
이곳 파리도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쓸쓸한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멋쟁이들입니다.
오전에는 일을하고 저녁무렵 세느강가로 나오면 모두 강가에 늘어 앉아서 술을마시며 인생을 이야기하고,
음악을 이야기하고, 서로 끌어안고 뜨겁게 입맞춤을 합니다.
나도 뽕네프 다리난간에 앉아 아래로 지나 다니는 유람선에 손도 흔들고, 맥주도 한 캔 따서 마시며 하늘을 보고,
저녁노을을 보며 흘러간 청춘을 생각하며 한숨짓기도합니다.
제가 요즘 살아가는 방법은 부지런히 사진촬영다니고 저녁이면 파리의 분위기에 물들며 흡수되는겁니다.
변두리에 작은 아파트를 아주 간신히 얻어서 사는데 식품비가 비싸서 겨우 생명을 이어갈 정도로만 식비를 쓰고,
물값이 비싸서 겨우 갈증을 모면할 정도만 마시고, 그러면서도 음악은 풍요롭게 듣고, 와인도 마시고
오르세미술관을 드나들며 문화의 풍요속에 삽니다.
제가 세든 아파트에서 내어다 보면 마로니에 나무가 줄지어선 풍경도 좋고,
길 건너편 아파트 창문마다 빨간 제라늄화분을 내어놓고 물을 주며 정성껏 기르는 노인들도 정겨워 보이고
오후 3시만 넘으면 각자 기르는 개를 데리고나와 산책을 하는 모습들도 좋아 보입니다.
사진촬영을 하려고 몽마르뜨 언덕에 가끔 올라가면 많은 거리의 예술가들이 공연을 합니다.
가끔씩 아는 노래가 나와서 따라부르기도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내려옵니다.
방송 열심히 하십니까?
생각해보면 하느님이 인간에게 능력을 주실때 특별히 선별하여 주신듯합니다.
그것을 우리 인간들은 깨닫지못하고 다른길을 갈때 비극은 비로서 시작됩니다.
젊은시절에 그랬듯이 보헤미안이 되어 사진촬영을 떠나오니 이제야 알것같습니다.
김P.D.는 누가 뭐래도 역시 방송을 열심히해야합니다.
그 방송이 김P.D. 맘대로 할수있어 음악선곡, 프로선택, 청취자들과의 감정교류... 이런것들이 모두 맞아떨어지면
더욱 좋겠지만....
끝까지 하다보면 어느정도 세상을 살고나서 그때, '아! 내가 원하던 것이 바로 이런 것들이었구나 !...'하고
감사하게 생각되며 가슴에 울컥 차오르는 때가 있겟지요.
그때를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시길...
아듀...
Paris에서 Chris Yoon.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란 참으로 우연히 시작하여 깊은 관계를 맺습니다.
무려 15년 전부터 저는 한 지상파 방송국의 음악 프로듀서와 각별한 관계를 쌓아왔습니다.
함께 방송을 만들고, 음악을 선곡하고, 토론하고,... 밤 늦게까지 충무로의 술집에 앉아 그 열정은 식을줄을 몰랐습니다.
다투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미워하면서...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그리고 이젠 ...그토록 함께 가고 싶어했던 Paris에서 편지를 보냅니다. 그에게...그는 아직 결혼도 않고 혼자 쓸쓸히 지내며 이 가을에 음악P.D.를 하고 있습니다.
이 편지는 제가 Paris에서 가을을 보내며 그를 생각하다가 보낸 편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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