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애송詩

Childhood Remembered

Chris Yoon 2021. 10. 9. 18:19

Childhood Remembered

 

 

후레쉬맨 시절
안개비 내리던 봄날
'兄'과 나는 한동안 버-스로 통학을 했었다.

가끔씩 타이어가 펑크나서 짬이 생기면
대평리 너른 들판에
시원스레 흔들리는 호밀밭을 보았지...

감히, 대학 일년차가
'모딜리아니'의 누-드 畵集을 겁도없이 가지고 다녔으니!
계면쩍게 '兄'은 말했었지..."겉 표지는 가리울수 없냐"고
나를 바라보았던 그의 시선은
얼토당토 않은 別種으로 보는 듯 했다

수업이 비어있는 날은
어두컴컴한 지하다방에서 음악감상(?)을 했다
Crazy love, If you go away, Top of the world...
아무튼 그 때는 '카펜터즈'의 전성기였다

회색으로 가라앉은 저녁하늘
소리없이 흩어지는 안개비
가로등의 夢幻的 불빛!
연두빛으로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버드나무'
풍겨오는 病院의 소독약 냄새
어느새 나는 그의 품에 있었고, 입술위로
그의 '따듯함'이 포개어져
한참동안 '수줍은 떨림' 속에 갇혀 있었다
그는 멋쩍게 웃으며 "에잇, 이 버드나무 때문이야!" 그러면서
버드나무 잎새를 주욱 훑어내렸다...
그 이튿날 수업중, 크로키북에다 'Kiss'라고 잔뜩 써놓으니
친구 하는말이 "너 키스 했니?"....

현실에 잘 적응하지 못하던 그 '兄'은 결국
간경화로 이미 세상을 떠났고
'수줍은 記憶'으로 가끔씩
나의 봄날에 그가 빙긋 웃고 간다...


노을따라 가는 갈망
그리움 앓이를 너는 알까

 

 

- 수줍은 기억 / 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