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이야기

조선 왕실이 소유했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섬, 저자도

Chris Yoon 2023. 2. 19. 16:16

한강에 못 보던 섬이 나타났다.

서울 환경경연합에 따르면 1970년대 한강 사업으로 골재 채취가 이뤄지면서 사라졌던 저자도가 50여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저자도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성동구 옥수동 사이에 있다. 정확히는 옥수동 강변북로 아래에 있다.

 

저자도는 이름난 섬이었다. 조선 시대 때 풍관이 좋아 왕실이 소유했을 정도였다.

15세기 문신 강희맹은 '봄꽃이 만발해 온 언덕과 산을 뒤덮었네'라며 저자도의 비경에 감탄했다. 유명 화가인 정선과 김석신이 저지도 풍경을 화폭에 담기도 했다. 백사장이 넓어 기우제, 출정하는 병사들의 전송 행사를 여는 곳으로도 이용됐다.

 

강남구 디지털강남문화대전에 따르면 조선 전기에 저자도는 태조 이복형제인 의대군(義安大君) 이화의 소유였다.

이후, 세종 때 왕실 소유로 바뀌었다. 세종이 정의공주에게 하사하고, 공주는 아들 안빈세에게 저자도를 내려줬다.

안빈세는 섬을 얻은 것을 기념해 화공에게 저자도도(楮子島圖)를 그리게 했다. 10여 가구의 농가가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저자도는 조선말에 철종의 부마 박영효에게 하사됐으면 1914년 일제가 경성부(京城府)의 행정 구역을 개정할 때 경기도 고양군으로 이속(移屬 : 다른 기관이나 조직체로 옮기어 속하게 함)됐다. 면적도 꽤 됐다. 1925년 을축대홍수로 상당 부분이 유실했는데 당시 저자도의 전체 면적이 36만평이었다.

이렇듯 제법 유명한 섬이었던 저자도는 압구정 택지를 조성하는데 사용하기 위해 흙과 모래를 파내는 바람에 1972년 완전히 사라졌다.

 

지난여름 폭우가 부른 홍수로 다시 등장한 저자도는 흙더미나 갯벌처럼 보인다. 허지만 왜가리, 민물가마우지등 새들에겐 소중한 쉼터다. 지난해엔 한강 상류에 주로 서식하는 큰고니가 발견되기도 했다. 한강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라도 소중하게 여겨야하는 섬이다.

서울환경연합은 습지로서의 가치에 주목한다. '습지의 날'인 2일 서울환경연합은 '습지의 날, 서울시에 바란다'란 논평을 발표해 서울시에 '지난여름 큰물이 난 뒤로 저자도의 생김이 꽤 도드라졌다. 1968년 폭파돼 사라졌다가 스스로 복원된 도심 속 습지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밤섬처럼, 저자도가 잘 지켜질지 주목해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환경연합은 '되살아난 습지 저자도를 잘 지켜내 지구 곳곳에서 생물다양성이 붕괴되는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 한 줄기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1920년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뚝섬지형도. 동그라미 안에 있는 섬이 저자도다.

 

 

 

나는 대학시절, 처음으로 한강변 공무원아파트에 잠시 살아본적이 있다.

그때의 공무원아파트는 상자갑같은 건물에 1평쯤 될까?하는 연탄을 넣는 작은 부엌이 달린 시멘트 건물이었다.

한강변에 건물을 짓고 교통편도 버스가 생기고 도로도 정비가 안되어 진흙탕길을 버스가 매우 흔들리며 다녔었다.

지금처럼 강변도로가 있지도않았고 한강뚝을 건너 한강을 보러 가려면 꽤 넓은 모래사장을 걸어야 했었다.

그후, 아파트붐이 조성되면서 그 넓던 모래사장은 모두 없어지고 지금의 한강만 남았다.

그러나 가끔씩 홍수가나고 강물이 범람한 후에는 강물의 흐름을 타고오는 모래의 흐름이 옛날의 섬을 다시 만들기도 한다.

 

옛날의 한강이 어떻게 변했는지 몇장의 사진을 나열해본다.

 

 

나룻배로 한강을 건너는 사람들 (년도 미상)

 

 좌/ 1961년 12월 25일 추운 날씨로 한강이 얼자 썰매와 스케이트를 즐기는 어린이들로 붐비는 한강. 右 / 한남동 나룻터 (1967년)

 

한강으로 피서를 가는 것이 유일한 피서였던 시절. (1961년. 뚝섬과 한강 인도교아래) 

 

그 넓었던 한강 백사장의 단란했던 가족 강수욕.  195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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