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이야기

Wedding IV

Chris Yoon 2022. 11. 24. 01:27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아이가 있었다.

어른들은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씩 했다.

- 아이고, 나중에 얼마나 참한 색시를 데려오려는지? 마치 선녀가 하강한듯 조용하고 어여쁠게다.

 

내성적인 아이는 점차 성인이 되면서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었다.

분명히 누군가 처음 만날때부터 가슴에 서늘하게 다가오며 이것이야말로 운명적인 사랑이로구나! 라는 느낌이 오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운명적인 사랑은 나이가 들면서부터 점점 멀어졌다.

- 이거 손해보고 치는 고스톱판 아냐?

왠지 헤어지고나면 내가 더 월등하게 낫고 상대방이 많이 모자라는 것 같았다.

아니, 분명 이건 밑지는 장사같았다.

언젠가부터 상대방의 외모와 조건을 저울질하기 시작했고 운명적인 만남은 오지를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망서리다가 끝내 손해보는 기분으로 결혼을 결정해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이라면 내가 대신 죽어도... 라는 절대적인 단서가 붙을 수 없고 그냥 필요에의해서 출발한 어쩔 수 없는 시작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건 약과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사회조사'를 보다가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노골적인 사회의 변화된 의식에 아연실색을 하고 말았다.

국민 절반이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으로 조사됐다고한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는 10명 중 3명이 결혼자금 부족을 꼽아 가장 많았고 10명 중 7명은 결혼 없이도 동거가 가능하다고 답했으며, 6명은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공평하게 분담하는 경우는 2명에 그쳤다고한다.

이 모두가 고달픈 요즘 젊은이들의 생활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물론 있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결혼을 하지않았다고 가정해 보았다.

너무 내 인생은 삭막했을 것이다.

결혼예물로 다이아반지를 무리해서 준비하고 신혼집을 구해서 어설프게 꾸며놓고 여유가 없어서 추운 방에서 석유난로에 의존을 하며 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고...

첫 아이가 생기면서 태중에서 발길질하는 태동을 둘이서 느끼며. 병원복도에서 불안하게 서성대다가 드디어 유리창너머로 처음 상면하던 나의 분신.

좀 더 좋은 교육환경에서 시작하게 해 주려고 욕심을 내어 끼어들었던 유치원 교육프로그램. 수많은 교육프로그램들...

그 후, 유학비를 대기 위한 피나는 노력...

이 모든게 내 인생의 전부가 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없었다면 내 인생은 또 얼마나 무덤덤하고 심플했을까!

 

그러나 요즘 느끼는 더 큰 결혼의 필요성이 있다.

젊어서의 편리성이나 복잡함을 피하고저 결혼을 기피해서는 안된다.

한 사람의 인생이 없어지는 것이다.

오래전 만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키득거리며 웃고, 함께 여행을 떠나고, 여행길에서 언쟁을 하다가 다시 돌아오고,

그러다가 나는 아팠다.

혼자 있었다면 나는 죽었을 것이다.

항상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혼자 노력하는 형이라서 혼자 해보려고 애써 보지만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결혼은 너무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

지지고 볶으면서 한 평생을 보내고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게 보편적이다.

유명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만이 가정을 행복하게 이끈다고 생각하면 절대 오산이다.

결혼은 인간대 인간으로 만나, 가장 편한 상대가 되어야 한다.

 

 

-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