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으로 걸어나간 별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별이 빠진 하늘은 어둠의 늪
은하수 부서지던 개여울에도 별은 흔적없다
신음과 이웃한 병상에서 잠시 진통제로 고통을 속여두고
형체없는 방사선메스로 암덩이를 잘라낸다
감마라이프
그래 오래감마니야
위험한 악수를 청하고 돌아나오는 새벽창으로
끄으린 달빛이 느리게 누워 웃는다
별을 본 지가 오래다
시린 새벽별을 쳐다보며 별꽃을 헤아린다
시공이 허망한 검은 허공에 뿌려진 수 많은 별꽃
그 꽃 하나하나에 살아 온 흔적들을 걸어 두고
주름져 밀려오는 서릿발 치는 맑은 새벽
아침에도 잠은 없고, 창틀 사이로 액자 그려진 풍경화
무사함에 마음 졸이며 누워있는 청계사금동와불
새벽별을 한 짐 지고 은하수 개울가로 걸어나와 무사함을 뿌린다
여린 강물은 소리없이 얼음장 밑으로 흐르고
와불은 마애입석미륵불 되어
강물에 빠진 별들을 건져 은하수에 걸어
별꽃으로 피어난다
- 강희동의 '별꽃걸기'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부터 불면의 밤이 계속되었다.
지난 해 늦가을부터 한번도 깊이 단잠을 자본적이 없다.
새벽 1시면 절로 눈이 떠지는 해괴한 습관, 불면.
그러나 살아있는 시간은 소중하고 귀하듯 혼자 일어나 앉아 글을 쓰는 것도 행복한 시간이라고 스스로 위안하기로 한다.
그런 밤엔 하늘에 별이 흐르다 쏟아지는 소리, 거실에 들여놓은 향기별꽃이 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작년 어느 이른 봄날이었다.
재활용을 정리하는 날이라서 모아두었던 빈 박스와 폐비닐을 들고 나갔다가 한 쪽 구석에 오돌오돌 떨고있는 화분속의 화초를 보았다.
헝클어진 머리를 풀어헤치고 울고있는듯 시들은 잎들은 헝클어지고 깨진 화분사이로 뿌리가 늑골처럼 나와있었다.
나는 아무말없이 줏어들고 돌아와 조금 큰 화분에 편히 발을 뻗게 해주고 흙을 채운후 헝클어진 머리를 곱게 빚겨주었다. 그동안 작은 화분에서 다리도 펴지못하고 바짝 오그린체 긴 겨울을 보내다가 주인에게 버림받은 모양이다.
물을주고 돌보았더니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는듯 잎도 가지런해지고 꽃 봉오리를 맺더니 드디어 꽃을 피웠다.
이름도 몰랐다. 처음보는 신비한 꽃이었다.
나는 꽃 이름을 많이 아는 지인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찍어 이름이 뭐냐고 물어봤다.
지인도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잎은 부추잎같고 꽃송이는 작은 새벽별을 닮았고...
나는 꽃송이가 피어날 적마다 카메라를 들고나가서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예쁜데 누가 너를 버렸을까? 그리고 어떻게하다가 너하고 나는 인연이 되어 만났을까?
스마트폰에 저장을 하고 무심코 넘기다가 Google에서 아름다운 그녀의 이름을 알아냈다.
'향기별꽃'...
부추과로 구근번식. 향기부추, 자화부추라고도 부르며 영어이름은 Ipheion.
원래는 야생화로 노지월동 잘하는 번식의 강자로 이름만큼 향기도 좋다.
한 포기만 심어도 이듬해 많이 번식하고 키우기가 까다롭지 않고 토양도 크게 가리지 않는다.
겨울에 화분째 밖에 내놓아도 봄에 기어이 다시 잎이 돋아나오고 꽃대가 올라오는 야생성 식물이다.
한해를 보내더니 향기별꽃은 작년보다 더 무성하게 꽃대를 밀어올리고 꽃피울 준비를 했다.
나는 베란다에서 거실로 자리를 옮겨주었다.
잠이 안오는 밤에는 향기별꽃들이 피어나면서 별처럼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나의 병세도 많이 호전되었다.
다발성골수종에서는 검사결과 한개의 암세포도 발견되지않았고 심장과 장기들을 변이 단백질이 감싸고있던 아밀로이드종도 많이 엷어졌다는 의사의 진단이다.
향기별꽃과 나는 죽음 직전에 다시 살아난 공통성을 지녔다.
그래서 나는 향기별꽃을 측은하게 여기며 더 사랑한다.
꽃샘추위가 지독하던 어느 날, 파랗게 추위에 떠는 향기별꽃이 내 거실로 들어왔다.
-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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