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는 소리없이 지나가는 바람같이 살자
바람은 지나온 흔적을 결코 남기지않는다
보호색을 띄고 소리없이 초원을 지나가는 범을보라
마치 소리없이 지나가는 바람같이 산다
바람같이, 범같이 소리없이 살자
Chris Yoon
지나가는 바람도... 그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잎도... 모두 한순간 흘러가는 無名들이었다.
나 역시 흘러오다 보니 예까지 왔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명함도 못내놓을 無名이었다
내가 평생을 해 온 예술도, 문학도, 사진도, 평생을 목숨바쳐 살아온 열정적인 삶 마저도, 어설픈 無名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無名, 無實, 無感한 님 되어 한세상 함께한 날도 있었다.
항암치료 1차를 끝내고 집에서 보내는 신년연휴는 느긋하다.
그러나 누구에게 말 할 수 없는 나 혼자만의 체력과의 전쟁이다.
병원에서 준 이뇨제 알약을 복용하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면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고 발등이 소복하도록 부종이 있다.
간밤에도 불면으로 밤을 새웠다.
자정도 채안되어 일어나 컴퓨터앞에 앉아 뭔가 토닥거리며 작업을 해야만했다.
그리고 5시 반이되어 아내가 깰세라 가만가만 거실을 소리없이 발끝으로 걸어다니며 식전약을 먹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거울에 비치는 나의 모습은 흡사 노인의 몸처럼 많이 야위었다.
그리고 지난주부터 돋아난 두드러기 증세,.. 면역성이 떨어져서 생기는 증상이라고 한다.
나는 샤워를 마친후 온몸에 연고를 도포하며 쓸쓸히 거울을 본다.
역시 늙는다는것은 슬픈 일이다.
이른 새벽, 전화벨이 울린다.
누굴까? 이렇게 이른 새벽에...
우리가문에 마지막 생존해계신 숙부님이시다.
이제 올해로 들어서 아흔아홉의 연세에 드셨다.
- 작은 아버님, 안녕하세요? 제가 전화를 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 그래, 어떻게 지내냐? 치료는 어떻게 받고 있느냐? 먹는것은 잘 먹느냐? 병원에는 혼자 다니느냐?
숙부님의 걱정은 끝이없다.
- 내, 잘 하고있습니다.
나는 전화기를 잡고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말았다.
- 정신줄 놓으면 안되느니라. 정신줄 단단히 붙들고 치료 잘받아라.
아흔아홉살의 숙부는 스물네살 차이가나는 띠동갑 조카의 병세를 걱정하신다.
숙부는 아들이 없으셔서 내가 어린시절, 양자로 들어갔던 적이있다.
대대로 내려오던 선비집안... 조부에게서 숙부로, 숙부에게서 나까지, 대물림한 파평윤씨 남성들의 행보.
조부는 서른아홉의 나이로 일찌기 세상을 뜨셨고 (당시에는 폐병이라고 했는데 폐암이 아니었는지...)
숙부역시 폐암으로 폐 한쪽을 제거하시고 아흔아홉까지 생존해계신다.
우리가문에서 숙부를 내가 제일 많이 닮았다.
성품이나 취향, 그의 운명까지도.
나는 과연 아흔아홉까지 살 수 있을까?...
숙부는 자유당시절, 그야말로 초원위를 질주하는 범처럼 쟁쟁하고 잘 난 분이셨다.
그러다가 4.19가 나고 無名, 無實, 無感하게 돌아선 삶을 살아오셨다.
내 조부에서 숙부로, 그리고 이제 나까지 내려온 파평윤씨 남성 3대의 마무리.
이 인생유전을 내 어찌 헤쳐나가며 마무리를 할꼬?...
망연자실 겨울햇살속에 앉아 쓰리고 아픈 가슴을 어루만진다.
'- 그의 Life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 VI (0) | 2022.01.07 |
---|---|
2022. V - Hope & happy (0) | 2022.01.06 |
2022년 III (0) | 2022.01.03 |
2022년 II (0) | 2022.01.02 |
2022년 I (0) | 2022.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