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지하철역으로 향해 천천이 걸었다.
빨리 걸으면 역시 숨이찬다.
그래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더 천천이 걷는다.
나는 병원으로 가는 날은 꼭 'St. James Infirmary (聖 제임스 병원)'을 들으며 간다.
꼭 가사가 나의 이야기같으니까.
강동성심병원. 처음 이 병원이 완공되었을때 나는 복도의 인테리어를 해준적이 있다.
지금은 내가 했던 벽위의 비쥬얼들은 모두 낡아서 떼어내고 대신 값비싼 그림들이 많이 걸려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일하던 아내의 지인들과 나는 많은 시간을 함께했었다.
그 사람들은 이제 나이가들어 모두 정년퇴직을 했고 나도 나이가 들었다.
대신 병원에는 젊은 사람들이 활기차고, 밝고, 그러면서도 상냥하게 환자를 대하며 바쁘게 일을 한다.
예전보다 신장들이 많이 커졌고, 머리크기가 작아졌고, 그래서 현대적 비례가 잘 맞는 미남, 미녀들이 많아졌다.
그들이 사용하는 대화체는 무척 자연스럽게 쾌활하며 상냥하다. 그리고 활동적이고 편해보이는 의상은 무척 자연스럽다.
훤칠한 미인들이 많아진 것은 그만큼 인종자체가 변했다는 것이다.
나는 아침에 송헌호교수와 만나 첫번째 항암치료를 한후, 일주일이 지난 어제 촬영한 X-Lay와 채혈검사결과를 가지고 진료를 받는다.
송교수는 차분하게 판독대의 내 폐(허파)사진을 보며 약간 깎여들어간듯 동그랗게 뭉그러진 비정상적인 부분을 가리키며 물이차서 숨이 가쁜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항암치료를 계속받으면 그런 증세들은 자연스레 없어진다고한다.
나는 송교수의 도움을 받아 두번째 항암치료를 받기위해 입원수속을 밟았다.
그 많은 층에 의료검사실과 행정실은 지하와 1층, 2층에 위치해있다.
그 나머지는 거의 병원전체를 입원실이 차지하고있다.
나는 이번엔 간병인들이 없는 11층을 부탁하여 수속을 끝내고 올라갔다.
중환자들이 많다보니 간병인들을 쓰는게 상례인데 간병인들이 거의 연변에서 온 나이든 여성들이다.
이들의 목소리는 필요이상으로 높고 크며 연변사투리는 신경에 거슬린다.
이들은 거의 같은곳에서 왔기때문에 틈이나면 몰려다닌다. 탕비실이나 휴계실은 이들이 거의 몰려서 잡담과 전화를 받는 장소이다. 이들에겐 예절과 공손함이 없다.
그리고 밤이면 스마트폰을 크게 켜놓고 드라마를 즐긴다.
환자는 죽기직전의 몰골로 누워있고 간병인들은 빈 공백의 시간을 이렇게 문명의 이기인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것이다.
내가 올라간 11병동은 간병인들이 없고 대신 간호사들이 케어를 해주는 층이다.
그만큼 외부인들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고 곳곳에 간호사들이 빈틈없이 자신들의 자리에서 일을 한다.
복도엔 컴퓨터가 줄을이어 배치되어있고 그 컴퓨터 속엔 환자들에 대한 정보로 가득하여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해준다.
환자들은 혼자 누워있다가 도움을 받을일이있으면 스피커폰을 눌러 호출을하여 도움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환자들도 쓸데없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게되고 누워서 편한 자세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거나 자신들이 필요한 상식을 검색하며 조용한 시간을 보낸다.
아! 정말 좋다. 내가 왜 이제야 알았던가? 이렇게 내 체질에 딱 맞는 시스템이 있었다는 것을.
나는 짐정리를하고 복도로나가 비로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항암치료 두번째 치료 '스테로이드'와 '벨케이드'주사 투여
저녁 6시 이후 나의 항암치료는 진행되었다.
나의 항암치료는 첫번째와 똑같이 '벨케이드'이고 그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스테로이드'정맥주사를 맞았다. 그리고 약을 복용했다. 약도 열세알이나 된다.
나는 하얀 약을 물끄럼이 바라보다가 사진을 찍고 삼켰다.
이제 약기운이 내 몸에 돌고 주사액은 내 정맥으로 흘러들어가 내 온몸을 돌며 암세포들을 죽여줄 것이다
나는 꼭 다시 일어설것이다. 기필코...
- Chris Yoon
* 간병인들이 없는 층을 택하여 올라간 병동이 11층 병동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입원할적마다 11층으로 입원을 할 것입니다.
그래서 타이틀도 14 ward Story (14병동 이야기)에서 11 ward Story (11병동 이야기)로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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