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익은 풋 과일같았던 열 일곱 시절
내 구석방에 늘 목이 긴 여인의 초상이 있어
아픔과 외로움을 안고 슬픈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목이 유난히 길고 눈매가 아몬드씨같은 여인
그 여인은 아무것도 입지않은체 치부를 드러내고
침대에 누워있기도 했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면
거칠게 숨을 헐떡이며 수음을 하기도 했다
나도 그림을 그려야지,
나는 스케치북과 4B연필을 준비해놓고
그녀의 얼굴을 그리며 눈동자도 그려 넣었지만
아무리 애써 그려도
끝내 그녀의 얼굴과 맞는 눈동자를 완성 시키지는 못했다
훗날 나이 마흔을 넘겨
나는 뉴욕의 미술관에서 쟌느의 초상을 다시 만났다
그녀는 화가 모딜리아니의 여인으로
모딜리아니와 가난하고 슬픈 동거를 하다가
모딜리아니가 결핵으로 각혈을 하며 쓰러지자
5층 그의 방에서 뛰어내려
모딜리아니의 뒤를 따른 여성이었다
이제 나는 그의 그림들을 마음에 둘 뿐
곁에 두지도 않고 그리지도 않는다
어느날 목련이 하얗게 떨어진 그늘 아래
모딜리아니, 쟌느 두 사람의 사랑을 묻어주었다
내 열일곱살의 쟌느 - 윤필립
Jeanne Hebuterne [1898 - 1920]
36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화가,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를 만나
처철한 몸부림으로 삶을 함께한 여성.
그녀 역시 미술을 전공하여 화가의 삶을 살려고 했지만 모딜리아니를 만난후
그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희생하며 그의 작업을 도우며 평생 뒷바라지를 했다
1914년 16세때 처음 모딜리아니를 만났고 18세에 이미 32세인 모딜리아니의
예술적 재능을 인지하고 존경했던 그녀는 14세 연상의 모딜리아니와 사랑에
빠지고 죽을때까지 예술적 동료이자 연인이 되었다.
1920년 1월 26일 파리의 자신의 집 5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쟌느는
23살, 만삭으로 임신 9개월이었다.
2일전 남편의 장례식을 치른 그녀는 슬픔을 감당하지 못했고 어린 딸 하나를
남겨놓고 남편의 뒤를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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