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인사동 산책

인사동 이야기 - The Journey

Chris Yoon 2021. 11. 12. 07:50

 

어짜피 지나온 날들은 이세상에서 내가 떠돌던 여행들이었다
문을 밀고 들어와
누군가를 만나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다가 결국 말다툼을 하고
등을 돌리고 문을 밀고 나갔던 날들...

그 또한 고독한 자유였던건 아니었을까? ...

문득 내가 떠나온 초록별 나라가 그립다

 

 

 

지구에 내려오면서
예술이라는 쟝르가 있어 좋았다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고...
보는것도 즐거웠지만 내가 한다는 것 자체가 즐겁기도 했다
그러나 어수선한 작업실보다 정갈한 전시장이 더 좋았다
저런 전시장,
한 구퉁이에 침대 하나 놓고 살 수 는 없었을까?

 

 

 

문을 밀고 들어와 잠시 생각에 잠겨 기대어 섰다
대나무 몇 그루 서있는 곳을 지나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림 몇 점이 걸려있고
그 그림을 비추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랜턴조명

그 한 쪽 귀퉁이에 침대하나 놓고 살고 싶다
밥을 해먹고
커피포트를 들여놓고
음악을 듣고
옷을 벗고 어슬렁거리다
사랑을 나누고...

'지금이라도 늦지않았어...'
누군가 귀에 대고 속삭인다

둘러보니 철사로 엮은 피아노맨이 중앙에 앉아 연주를 한다
그러나 소리가 나질 않는다
연주를 부탁하여 음악을 듣고싶다
뭘로 신청을 할까?
Chopin의 Prelude in E minor ?
Beethoven의 tempest ?

물이 튀는듯한 맑은 피아노 소리가 듣고싶다

 

 

 

부처들이 모두 모였다
큰 부처, 작은 부처, 빨간 부처, 파란 부처...
한결같이 부처들은 중앙을 향하고 있다
아하!
중앙에 거울이 있다
그래서 그 거울속에 내가 있다
나 또한 부처라는 대단한 가르침이다

한동안을 그림속에 들어가 부처가 되어있는데
그림을 그렸다는 스님은 보이질 않는다
이런 그림을 그린 스님이라면
지금쯤 인사동 어느골목, 카페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즐기고 명상에 젖어 있을것 같다
그 또한 수행이기에...

 

 

초록뱀이 벽을 타고 오른다
벽을 타고 오르는 초록도마뱀을 보고 있노라니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설악에서 유리창에 몸을 붙이고 서있던 남자
그렇게 기억속에 남아버린 한 남자의 영상,
이미 그 남자는 지난날의 내가 아니다
그날, 그 남자의 모습은 흡사 벽을 타고 오르는 도마뱀같았다


푸른 밤하늘로 검은 구름이 빠르게 지나가고
지상의 나무들은 온통 머리를 풀어 헤치고 울부짓었다
히미한 여명에 손목시계를 비춰보니 새벽 4시,
나는 망연히 서있었다
그리고 한참후, 빛을 찾아 날아든 불나방이처럼 유리창에 붙어서
밤새 뜨거워진 체온을 식혔다
한낱 젊은날, 무모하게 뛰어들었던 사랑,
그 불꽃들이 내자신을 모두 불태웠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불씨가 남아있을 줄이야...

그날의 일기를 다시 펼쳐본다


지구에 내려와 긴여행을 하느라
머리가 하얗게 세는줄도 몰랐다
저 머릿결, 검다못해 까마귀의 날개 깃처럼 푸른빛이 감돌았는데
지구여행자가 되어 많이도 돌아다니며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

아! 저 흰머리카락 휘날리며
지구에서의 내 여행 끝나는 날,
나, 다시 초록별로 돌아가는 날,

Chris Nico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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