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국내여행

양평에서 III

Chris Yoon 2021. 11. 8. 00:52

 

이윽고 짧은해가 뒷산너머로 숨고 어둠이 밀려온다

밤이 깃드는 것은 눈깜짝할 사이다

어느새 이렇게 어두워졌을까

불을 켜지않으면 산은 칠흙같은 어둠이다.

 

 

어둠속에서 또 한 사람의 형상을 본다

그는 작은렌턴을 이마에 두르고 트라이포드에 카메라를 장착한다

그리고 성큼성큼 산길을 따라 걷다가 적당한 자리에 카메라를 세워놓는다.

두 대의 카메라는 30초마다 한번씩 자동으로 셧터가 작동한다

그가 움직일때마다 머리에 두른 렌턴이 어둠속에 곡선으로 묘한 추상화를 남기며 빛으로 사라진다

그는 새벽 4시쯤 새벽안개가 몰려올 때까지 그렇게 작업을하며 야행성동물처럼 어둠속에서 움직일 것이다

새벽 4시가 지나면 희뿌연 여명이 렌즈안으로 새어들어오며 별빛은 희미해질것이다.

 

 

밤 새 그가 찍은 사진이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무수히 많은 별들이 회전을 했고

지상엔 많은 반딧불들이 날아다녔다.

그러나 나의 카메라엔 아무것도 찍혀있지 않았다.

 

글 : Chris Yoon

천체사진 : Andy Lim

 

'- 그의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천 '호로고루 성지' II  (0) 2021.11.08
연천 '호로고루 성지' I  (0) 2021.11.08
양평에서 II  (0) 2021.11.08
양평에서 I  (0) 2021.11.08
새해, 임진각에서 III  (0) 2021.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