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 york

New york,... 그림자 없던 거리에서

Chris Yoon 2021. 11. 5. 03:59

우리는 관계없는 관계였다.

내가 너를 지나가듯이 너는 나를 미끄러져 갔다.

얼음과 절벽의 만남. 잘 지나가고 잘 미끄러지는 묘기.

이 거리에서, 이 눈빛 찌르는 거리에서, 이 싸움 같지 않은 싸움의 거리에서, 어제를 지켜볼 수 없게 우리는 사라져 갔다.

이 그림자 없는 거리에서 깊이는 죄악이었고 사랑의 깊이는 최악이었다.

헛된 시간을 지나가는 유령들의 화장술 속에서 이 사람 많은 거리에서 그 무엇도 아닌 사람이 그리웠다.

우리는 물건이 아니었음에도 물건같이 돼 버렸다.

그렇더라도 피로와 함께 야밤으로 퇴근하고 이 비루한 거리로 아침과 함께 쫓기듯 돌아와 내 사랑의 야윈 그림자를 안을 것이다. 내 사랑의 투철한 결핍을 얻을 것이다.

이 거리에서, 이 배제의 거리에서, 너의 얼룩진 숨소리를 듣는 사람이 있다. 너의 잿빛 숨소리를 밟고 가는 사람이 있다.

이 세상 어디를 가든, 어디에 속하든, 무수한 그대 눈빛 그림자.

이 거리는 무수한 너의 거리. 너는 무수한 나였다.

이 이익의 거리에서, 이 영업 비밀의 거리에서, 말이 허망한 세상이라 해도 사람들 속에서 언어를 구할 것이다.

괴로워도 여기서 이 순간들의 횡단 속에서 물결치는 호흡과 내뿜는 시선들 속에서 노래를 구할 것이다.

 

- 박용하의 '이 그림자 없는 거리에서' 全文

 

 

 

 

 

일년쯤 되었나?

스마트폰의 페이스북을 열면 뜨는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믿기지않는 그 사진을 보며 내 눈을 의심했다.

오래전 직장 동료가 해외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왔다기에 아침 일찍 전화를 해서 안부를 나누며 페이스북에 떠다니는 사진의 주인에 대해서궁금하던걸 물어보았다.

10여년전, 내가 New york 으로 특파원 생활을 나가던 때의 이야기다.

인간관계에 있어 깐깐하고 까칠하기 짝이없던 내게 회사측에서 고심을하다가 묘안을 냈다.

뉴욕생활에 여러모로 서툴고 빨리 일은 해야겠고... 해서 뉴욕에 도착하는대로현지에서 교포2세 청년(이름 : Emmanuel Hahnseul Oo)의 도움을 받도록 배려를 해준것이다.

나는 뉴욕에 도착하여 그 청년을 만났고 바로 아파트 임대, 인터넷 설치, 뉴욕 회사와의 협조문제 등을 해결해 나갔다.

나는 그를 Hans(한스)라는 애칭으로 불렀고 필요할때마다 그의 도움을 받으며 낯 선 거리, 뉴욕에서 뛰어다니며 일을했다. 그러다가 매일 밖에서 만나고 돌아와서 전화를 하고... 하는것이 번거로워 Hans가 아예 내 아파트로 들어와 살게하여 그와 동거를 시작했다.

낯에는 전철을 타고나가 타임스퀘어에서 일을 하고 저녁이면 돌아와 Hans와 밥을 사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날의 작업을 본사로 전송을하고 잠을 잤다. 그리고 일요일이면 센트럴 팍이나 미술관을 찾아 다니며 Hans와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남자 둘이 산다는 것이 처음엔 속옷차림도 조심스럽다가 시간이 지나며 친숙해지자 불편없이 함께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영화 '해피 투게더'에 나오는 남자들처럼 가까워졌다.

차츰 성격의 차이를 느끼기 시작했다. Hans는 착한 아이였으나 교포2세들이 그렇듯 완전 미국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의 아이도 아닌, 제 3의 정체성을 지닌 이기적인 아이였다.

차츰 나도, 그도 서로 신경질을 부리고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어떤때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하루종일 말을 안할때도 있었다. 밖으로 나가서도 자연히 일을 원만하게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공원에 나가서 깊이 생각을 하고 돌아와 Hans를 불러서 이야기했다.

"Hans. 내 생각은 네가 어린애처럼 굴지말고 좀 더 어른스러워 줬으면 좋겠어." 그러면서 잘 못된 예를 몇가지 들어주고 이럴땐 이렇게 했어야한다고 타일렀다. Hans는 조용히 앉아서 듣고만 있었다.

"Hans. 이제 나머지 일은 내가 알아서 할께. 우리 헤어지자. "Hans를 보내고 나는 혼자 감당키 어려운 상처를 안고 또 한 편으로는 Hans에 대한 분노를 누르며 혼자 퍽퍽 울었다.

그리고...고국으로 돌아와서도 메일이나 소식도 끊어버리고 아무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

 

오늘 전화로 들은 이야기는 Hans는 그동안 결혼했다가 이혼을 하고미국을 떠돌며 근본도 없는 히피가 되어 좀 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그러나 우리의 시각으로 볼때는 거지같고, 불한당처럼 길바닥에서 볼 수 있는 기인처럼 변화여 산다는 것이다. Hans가 이렇게 변할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상스럽게 끊었던 흡연의 욕구가 되살아나며 하루종일 입맛이 싹 달아나고 식욕이 없다.

내 젊은시절 한 때, Hans는 내게 어떤 존재였나? 그리고 나는 그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좌/ Hans(우)와 그의 형, Handol. 그들은 단란한 집안의 자제였다.

중/ 거리의 기인이 된 Hans.

우/ 그의 행동은 이제 종잡을 수 없다. (페이스북에서 캡쳐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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