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rand Canyon

Grand Canyon I ~ III

Chris Yoon 2021. 10. 29. 06:31

 

길을 걸었네

바람이 불고...

꽃이 피고...

소낙비가 내리고...

함박눈이 내렸네

 

그 길을 걸었네

 

 

 

 

 

 

Grand Canyon 1

 

 

이곳까지 바람이 따라왔다

내가 서울에서 바람과 나누던 말은 진정 무엇이었나?

아주 오래전 부터... 태고적 인류와 자연이 나누었던... 그런 말이었나?

아니면...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미리 예견하듯...

조금은 조심스럽고 걱정스러운,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혼잣 말들은 아니었을까?

 

 

 

 

 

 

 

 

 

 

Grand Canyon II

 

 

화석이 된 분화구에 물을 부으면

한 줄기 바람이 다가와 그리움을 녹인다.

다시 살아내는 쉬흔 일곱의 봄.

나는 생떽쥐페리의 어린왕자처럼

밤하늘을 날아 이곳에 온 후,

멀리 떨어져있는 소혹성의 친구들에게

편지를 띄워 보낸다

 

 

 

 

 

 

 

Grand Canyon III

 

 

이 바람의 냄새를 맡아보라
어느 聖所를 지나오며 품었던 곰팡내와
오랜 세월 거듭 부활하며 얻은 무덤 냄새를
달콤한 장미향에서 누군가 마지막 숨에 머금었던

아직 따뜻한 미련까지
바람에게선 사라져간 냄새도 있다

 

- 윤의섭의 '바람의 냄새'중에서

 

 

 

-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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