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었네
바람이 불고...
꽃이 피고...
소낙비가 내리고...
함박눈이 내렸네
그 길을 걸었네
Grand Canyon 1
이곳까지 바람이 따라왔다
내가 서울에서 바람과 나누던 말은 진정 무엇이었나?
아주 오래전 부터... 태고적 인류와 자연이 나누었던... 그런 말이었나?
아니면...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미리 예견하듯...
조금은 조심스럽고 걱정스러운,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혼잣 말들은 아니었을까?
Grand Canyon II
화석이 된 분화구에 물을 부으면
한 줄기 바람이 다가와 그리움을 녹인다.
다시 살아내는 쉬흔 일곱의 봄.
나는 생떽쥐페리의 어린왕자처럼
밤하늘을 날아 이곳에 온 후,
멀리 떨어져있는 소혹성의 친구들에게
편지를 띄워 보낸다
Grand Canyon III
이 바람의 냄새를 맡아보라
어느 聖所를 지나오며 품었던 곰팡내와
오랜 세월 거듭 부활하며 얻은 무덤 냄새를
달콤한 장미향에서 누군가 마지막 숨에 머금었던
아직 따뜻한 미련까지
바람에게선 사라져간 냄새도 있다
- 윤의섭의 '바람의 냄새'중에서
- Chris Yoon
'- Grand Cany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Grand Canyon X ~ XIII (0) | 2021.10.29 |
---|---|
Grand Canyon VII ~ IX (0) | 2021.10.29 |
Grand Canyon IV ~ VI (0) | 2021.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