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국내여행

우포늪 VI

Chris Yoon 2021. 10. 28. 01:43

언제나 안개가 짙은
안개의 나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안갯속에 사노라면
안개에 익숙해져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안개의 나라에서는 그러므로
보려 하지 말고 들어야 한다
듣지 않으면 살 수 없음으로
귀는 자꾸 커진다
하얀 안개의 귀를 가진
토끼 같은 사람들이
안개의 나라에 산다

 

- 김광규 시 / 안개의 나라

 

 

어제는 우포늪의 둘레길을 돌며 촬영헌팅을 한다는 것이 길을 잘 못 들어 무려 6시간을 걷느라고 고생을하고

창녕시내로 나와 저녁을 먹기위해 시내를 몇 바퀴를 돌았다.

창녕군은 경상남도 북부에 있는 군으로 동쪽으로는 밀양시와 접하여 도계를 이루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인구도 6만명 가량으로 우포늪을 빼고는 갈 일이 거의 없는 인적이 드문 곳이다.

찾아든 곳이 M Hotel이었는데 사진촬영 기재를 옮기기로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불편하다는 내 불만에도 상냥스럽게

- 저 길을 따라가다 마즌편 호텔, 그곳 한 군데는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더. 그러면서 문 앞까지 나와서 친절하게 안내를 하며 저녁 먹을 곳을 물으니 '하도 시골이라서 드실만할지 모르지만,....' 그러면서 우포늪에 사진 찍으러 오셨능교? 라고

웃음 가득 머금은 청년이 하도 친절하여 모두 잊고 잠을 잤다.

 

그리고 맞춰둔 알람에 깨어 새벽 4시에 숙소를 빠져나와 다시 우포늪으로 갔다.

차츰 어둠이 벗겨지며 시야가 부옇게 드러나는데... 안개가 없다.

 

 

동녁하늘은 저토록 붉다. 그러나 우포늪에는 안개가 피어오르질 않았다.

이른 새벽, 왜가리 한 마리 먹이 사냥을 하는 모습만이 아름답게 카메라에 들어온다.

 

 

우리는 그냥 우포늪을 떠나기로 하고 차에 올랐다.

우포늪... 무척이나 광범위하고 제방아래로는 내려갈 수 가 없어 촬영에 제약이 많은 장소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보존해야할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우포늪이 오래 보존되기를 바라며...

 

Photo / Copy :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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